북한권부, 잇단 탈북, 숙청에 심상치 않아
북한 보위부 국장 탈북
북한권부가 심상치 않다. 북한 '김정은 체제' 보위를 위해 주민 동향감시와 '반혁명분자' 색출 임무를 담당하는 북한의 핵심 권력기관 국가안전보위부(성)의 국장급 A씨가 탈북해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북한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보위부의 국장급이 지난해 북한을 탈출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며 "평양 민심이 뜨겁다는 진술을 관계기관 면담 과정에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양 민심이 뜨겁다'는 언급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북한 주민의 민심이 좋지 않다는 취지의 진술이라고 이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정권 보위기관인 보위부 고위 인사 마저 탈북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김정은의 정권 유지 방식과 주민 감시체계와 관련한 은밀한 정보를 관계기관에 진술했을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민심 동향을 파악하는 업무를 한 A씨는 누구보다 북한 주민의 민심 흐름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김정은은 당시 보위부 국장급인 A씨의 탈북과 관련해 "튀다 튀다 이제는 보위부까지 튄다(달아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위부 부장은 김정은 시대의 거듭된 숙청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 김원홍이다. 김정은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북한 내 실질적인 2인자라는 평가도 있다. 통일부가 발간한 '2015 북한 주요기관·단체 인명록'을 보면 보위부 제1부부장은 우동측 대장, 부부장은 서대하 중장, 정치국장은 김창섭 대장이다.
보위부의 국장은 군 장성이 맡는 경우가 많아 A 씨도 군 출신이라면 장성급일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 민심이 뜨겁다"는 A 씨의 진술은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의 공포통치 때문에 조직적인 저항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의 통치방식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출신 성분이 좋은 엘리트층이 많이 거주하는 평양에서도 김정은이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로 통치자금이 줄어들면서 북한 간부들의 충성심이 약화하고 이를 다잡기 위한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피해자는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지난달 21일 "대북제재로 인한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 감소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개략적으로 본다면 통치자금 확보는 당초 수준의 40%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신 원장은 김정은의 공포정치와 관련해서는 "김정은은 집권 이후 140여명의 고위 간부를 처형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고위 간부의 처형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수장을 맡은 국무위원회의 지도를 받는 국가안전보위부의 명칭이 '국가안전보위성'으로 변경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잇단 탈북에 화나 ‘궁석웅 부상’ 숙청
한편, 북한 대(對)유럽 외교의 핵심 인물인 궁석웅 외무성 부상(副相·차관)이 최근 숙청당해 가족과 함께 지방 협농농장으로 추방됐다고 대북 소식통이 11일 전했다. 궁 부상의 전격적인 해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주영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탈북·망명 등에 따른 문책이라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태영호 공사의 탈북 사태가 터진 지난 7월 말부터 외무성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이뤄졌다”며 “궁석웅 부상이 유럽지역 공관 관리의 책임을 지고 숙청됐다”고 했다. 궁 부상이 숙청당한 것은 태영호 공사 탈북·망명 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외화벌이 간부가 거액을 챙겨 잠적한 사건까지 터졌기 때문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72세인 궁석웅 부상은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요르단 주재 대사 를 거쳤으며, 2005년에는 김일성 훈장을 받았다. 1998년 외무성 부상에 임명된 후 20년 가까이 러시아와 유럽 외교를 책임져 온 베테랑 외교관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평가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궁석웅 부상이 지난 8월 16일 평양 에서 열린 주북 러시아대사관 연회에 참석한 소식 이후 그의 동정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궁 부상 외에 4명의 외무성 유럽 라인의 고위 관리도 지방 추방과 같은 중벌을 받았다고 한다. 소식통은 “김계관(73) 외무성 제1부상도 문책 위기에 처했으나 와병 중이라 일단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계관은 북핵 외교 등 대미 협상을 주로 맡아왔으며 태 공사와의 친분으로 해외 공관에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점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말 발생한 북한 보건성 1국 출신 베이징 대표부 고위 간부의 탈북·망명 사태에 대해서도 북한 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국가안전보위부 국장 출신의 안전영사(동향 파악과 감시 담당)가 평양으로 소환되는 등 문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중 북한대사관 소속 요리사가 의문의 자살을 하는 사건까지 이어져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