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K스포츠 설립과정 의혹, 문서파쇄 증거인멸 정황 발생
미르재단, 법인 설립허가 받기 전 등기신청한 것으로 드러나
현실권력이라고 이래서야 되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법인 설립이 허가됐다고 미르재단에 통보하기도 전에 미르재단은 재단 등기 서류를 미리 대법원에 제출한 것임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27일 오전 10시5분에 등기 서류를 접수했다. 그런데 문체부는 같은날 오전 9시36분 미르재단 법인 설립을 승인하는 내부 결재를 마친 뒤, 오전 10시20분에 미르재단에 허가가 됐음을 통보하라는 문서에 대해 내부 결재를 마쳤다. 문서상으로 보자면 미르재단은 주무 부처로부터 법인 설립을 허가하는 통보를 받기 전부터 법인 등기 접수부터 한 것이었다.
미르재단의 등기 관련 서류 의혹은 미르재단 쪽과 문체부가 하루만에 재단 설립을 완료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문체부의 김아무개 사무관은 2015년 10월26일 세종청사에 있다가 서울로 이동해 오후 5시께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미르재단 등록 서류를 받았다. 같은 날 저녁 미르재단의 업무를 맡은 법무사는 등기신청을 위한 서류 작성을 저녁 7시35분부터 시작한다. 이날 저녁 8시7분, 김 사무관은 문체부 서울 사무실에서 내부 시스템에 서류를 등록했다. 저녁 8시10분 미르재단 쪽 법무사는 등기신청 수수료를 미리 냈다. 같은 시각 세종청사에 있던 문체부 사무관은 법인 설립 허가를 승인하는 결재를 했고, 8시27분엔 담당 과장이 세종청사에서 결재를 마쳤다.
이튿날 오전 9시36분엔 문체부 콘텐츠정책관의 결재로 재단 설립 허가가 완료됐고, 오전 10시20분에는 허가 통보 문서에 대한 결재가 완료됐다. 이 문서가 결재되기 15분 전에 미르재단 쪽 법무사는 등기소에 법인 설립 등기를 접수했다. 이 법무사는 이후 케이(K)스포츠재단의 동일 업무도 처리한 인물이었다. 문체부와 미르재단 쪽이 급히 서둘러서 움직인 덕분에 법인 등기는 접수된 날 오후 4시23분에 완료됐다. 이에 앞서 미르재단은 같은 날 오후 2시 재단 현판식을 열었다. 정 의원은 “설립 허가 완료 통보 문서에 대한 문체부 내부 결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르재단 쪽이 어떻게 허가를 확신하고 등기 접수에 나섰는지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미르·K재단 문건 모두 없애라” 문서파쇄 증거인멸 정황 발생
한편, 미르, 케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한 대기업에서 지난 28일 하루 만에 두 재단 관련 서류를 일제히 파기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르 재단에서는 임직원들이 대량으로 파기한 서류 더미가 목격되기도 했다. 청와대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두 재단의 모금과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위법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는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재벌기업 계열사의 임원은 30일 모 언론과의 통화에서 “지난 28일 그룹 차원에서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 출연이나 재단 설립과 관련한 자료는 모두 없애라는 요청이 왔다”며 “이에 따라 나를 포함한 임직원들이 모두 인쇄 형태로 보관하던 자료는 문서 파쇄기에 집어넣었고 과거 주고받았던 이메일 등은 컴퓨터에서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작업은 지시가 내려온 28일 하루 동안에 모두 이뤄졌다”며 “우리는 그룹 차원에서 지시를 받았으나, 이런 작업이 다른 출연 기업들에서도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30일 오전 “취재진이 미르 재단이 입주한 서울 논현동 빌딩을 찾아가 주변을 둘러보다 2층 주차장에서 미르 재단이 문서를 파기한 뒤 이를 담아 버린 대용량의 쓰레기봉투를 목격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이 빌딩 관계자는 “미르 재단에서 오늘 아침에 내다 놓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서 파쇄는 최근 전경련에서 파견한 신임 경영지원본부장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재단에서 직원들을 동원해 문서 파쇄를 지시하며 수사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했다면 증거인멸 교사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형법에서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전경련은 30일 “최근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의 운영 상황을 자체 진단한 결과, 문화·체육 사업 간에 공통 부분이 많고 조직구조, 경상비용 측면에서 분리운영에 따른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10월 중에 두 재단을 해산하고 문화와 체육을 아우르는 750억원 규모의 새로운 통합재단을 설립하는 법적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경련은 새 통합 재단을 경영 효율성 제고, 책임성 확보, 사업 역량 제고, 투명성 강화라는 4가지 기본 취지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재단을 해체할 경우 재단의 위법 행위가 상당 부분 은폐될 수밖에 없어 또 다른 형태의 증거인멸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이런 움직임이 ‘재단 세탁’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재단 명칭 등을 바꿀 때는 법인의 수입·지출 계좌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재단을 세탁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 기금을 어디에 썼는지 반드시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뿐만 아니라 치밀한 국정감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김재수 해임건의안 국회파동으로 국정감사는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 실체권력이라고 이래서야 되나?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