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의 부정비리 근절위한 김영란법, 이래서야 되겠나?
고위공직자들의 억대 부정비리 근절을 위해 만든 졸속 김영란법, 사회 곳곳에서 각종 문제를 만들고 부작용이 심하다. 란파라치 양성으로 인해 부정비리 잡는다고 미풍양속과 기본 사회상규마저 위축되어 너무나 메마른 사회를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은 누구나 지울 수 없다. 정상적인 업무도 위축시키고 이 법으로 인해 생계마저 없어지는 식당, 요식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법이 시행되어 우리사회의 부정부패를 없애기는 해야 하지만 너무나 졸속으로 만들어지고 부작용을 예상치 못한 법이라 이제 김영란이란 이름은 증오와 조롱, 비아냥의 대상으로까지 취급되어 가고 있다.
법시행 이틀 째, 시민들의 소리다. “김영란, 입법 관계자들, 자신들은 진정 과연 깨끗하게 살았는지? 제발 좀 법만드는데 사회 경험없고 세상물정 모르는 못생긴 아줌마들 끼우지 마라! 수억, 수십억대, 수백억대 권력자들은 부정비리 의혹 투성이고 국정감사도 안하면서 열심히 일하고도 빛도 못보는 하위공직자들, 생계 끊어진 서민들은 뭐냐? 온 국민 범죄자 만드냐? 이거 원 불안해서 살겠나? 헬 대한민국이다. 이따위 나라에서 살기싫다 무슨 사회주의 국가냐? ”는 등 불만이 가득했다.
이법 시행후 사례를 보면, 서울 강남 지역에 사는 주부 황모 씨(36)는 10월 이후 스케줄을 텅텅 비웠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해 검사 남편을 둔 친구들과의 모임, 초등학생 자녀 학부모 모임, 고교 및 대학 동창 모임 등 다양한 사교 활동을 했지만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올스톱시켰다. 황 씨는 “남편의 직업을 모르는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남편이 검사라… 내 밥값은 내가 내겠다’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자칫하면 남편의 앞길을 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단 조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네 아줌마 모임들도 비상
김영란법으로 ‘동네 아줌마’ 모임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어느 한쪽이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그 배우자까지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법에 따르면 배우자도 직접적인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금품 등을 받을 수 없다.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의 목적’일 때에도 ‘3·5·10 원칙’, 즉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 10만 원의 상한액이 적용된다. 남편이 국립대 병원에 다니는 주부 조모 씨(39)는 “동네에서 ‘방귀 좀 뀐다’는 아줌마 모임들이 얼어붙었다. 남편이 김영란법의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주부들은 카페나 레스토랑에 모여 수다를 떠는 것도 괜한 오해를 살까 봐 부담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녀를 등교시킨 뒤 동네에서, 또 학원에 보낸 뒤 근처 커피숍에서 끼리끼리 모여 다과를 즐기던 아줌마들도 ‘불편한 사이’가 됐다. 서로 마음이 맞는 4∼6명 정도가 모여 자녀의 교육 정보를 공유하고, 더 친해지면 함께 테니스 등 야외 활동도 하고 경조사도 챙겨 주는 끈끈한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이제 쉽지 않게 됐다. 남편이 서울의 사립대 교수인 오모 씨(40)는 “낮에 만나면 보통 1인당 3만∼5만 원짜리 식사를 하는데 돌아가면서 밥값을 내 왔다. 자녀가 반장이 되거나 남편이 승진하면 크게 한 턱 내는 것도 관례인데 앞으론 무조건 자기 밥은 자기가 계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목 모임이 서로를 감시하는 모임으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주부들도 있었다. 남편이 사립학교 교사인 주부 김모 씨(43)는 “괜히 남편을 자랑하거나 사적인 얘기를 나누다 알려질 필요가 없는 사생활이 공개돼 공연히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젠 모이기가 껄끄러워져 당분간은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공무원인 이모 씨(55)는 “법 시행 전엔 학부모 모임 엄마들이 농담으로 ‘너랑 밥 먹으면 안 되겠다’고 했는데 실제 시행되니 정말 밥 먹을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우자판(版) 수사 1호 피하자”
남편이 경찰인 이모 씨(38)는 “법 시행 전부터 남편이 ‘주지도, 받지도 마라. 사 주지도, 얻어 먹지도 마라’, ‘모임에서 술은 마시지 말고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라’고 다그쳤다”고 말했다. 남편이 공무원인 주부 최모 씨(40)는 “내가 나가는 모임에 관심도 없던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뭐 하는 모임이냐, 친구들 남편은 뭐 하는 사람이냐’고 꼬치꼬치 묻는다”며 “잠재적 범죄자가 된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김영란법을 계기로 남편의 잔소리가 유난히 심해졌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았을 경우 신고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해당 공직자는 금품 액수에 따라 과태료를 물거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공직자 등은 물론 그 부인들도 당분간 ‘배우자판 수사 대상 1호’라는 불명예를 피하자는 분위기다.
젊은 공무원, 교사, 기자들 호텔에서 선볼 수도 없어
젊은 기자 교사, 공무원들도 불만이 적지 않다. 출입처가 있는 젊은 기자들이야 출입처 기관 구내식당에서 오천원도 안되는 식권으로 끼니를 매일 때우기도 하지만 호텔에 중요 세미나 취재가 있으면 대게 법시행 전이야 프레스 부스도 있고 접대차원에서 호텔식사를 초대식사로 먹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박봉의 젊은 기자들은 쥐꼬리 취재비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기자는 사람 만나는 것이 일인데 고참이나 간부로 승진하려면 할 수없이 친척에게 빚을 내서라도 내돈 교통비는 필수가 되었다. 젊은 공무원, 교사들도 매일 식권밥만 먹다가 어쩌다 선을 보러 호텔도 못가게 생겼다. 한 유력 언론사 간부인 K부장은 “어디 부끄러워서 이제 동창회도 친구부모 경조사도 못간다”고 토로했다. 그는 “솔직히 부장직함으로 초상집에 가서 누가 10만원 밑으로 내나? 친한 친구는 빚을 내서라도 내 자존심을 지킨다. 이게 뭐냐?” 라며 투덜거렸다.
실제 어떤 대학에서 한 학생이 교수님에게 목마르실까 캔음료 하나 드린것도 옆 사람이 신고한 웃지못할 사례도 있었다. 모두 다 란파라치가 양성되는 신고제 때문이다.
휴가나온 군인, 의경들 에버랜드 무료입장 사라진다.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입장권 무료ㆍ할인 방침을 3번이나 내야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시행 이틀째인 29일에도 법 적용 대상자에 대한 뚜렷한 유권 해석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전날 휴가 군인, 의무경찰,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무료 혜택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로서 ‘무료입장+ 동반 1인 50% 할인 혜택’이 김영란법이 제한하는 5만원 초과 금품에 해당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권익위가 답변을 유보하는 동안 잠정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었으나 ‘사병이 어떻게 공무원이냐’는 소비자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이날 오전“권익위원회에 적용 대상 및 혜택 범위를 확인 후 재공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권익위의 답변이 오지 않자 이날 오후 에버랜드는 자체 판단으로 기존 무료 혜택을 다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복병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며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영란법이 ‘공직자 등’이란 모호하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광범위한 대상에 적용되다 보니 법 적용 범위에서부터 어이 없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권익위조차도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모습이다.
의경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지를 두고 경찰도 혼란에 빠졌다. 경찰청은 의무경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조에 의경의 업무가 치안 업무 보조로 규정된 점을 들어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같은 법 4조에 의경의 지위가 경찰공무원법에 준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애매한 답변만 내놨다.
자원봉사자인 의용소방대원들은 ‘파트타임’ 김영란법 대상자로 분류됐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이날 의용소방대원들이 민간인이긴 하지만 소방 업무를 보조해 공적 업무를 담당한다고 판단해 김영란법에 적용된다는 결론을 내놨다. 봉사자들에 대한 과도한 법 적용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재난본부 관계자는 “의용소방대 복장을 착용하고 활동하는 동안에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적용되는‘공무수행 사인’의 범위를 두고 혼선이 계속된 은행권은 ‘각자 도생’하는 모습이다. 정부 업무를 수탁하는 민간인이 김영란법에 적용되면서 국세ㆍ지방세 수납업무과 외국환 거래 등 18가지에 공무를 수행하는 시중 은행에선 어떤 직책까지가 ‘공무수행 사인’인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권익위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하자 은행들은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A은행은 은행장을 포함해 대부분의 임직원을 공무수행 사인으로 분류했으나, 다른 곳은 은행장을 배제하는 등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권익위 답변이 오지 않아 직접 찾아가 업무를 설명하고 답변을 받을 계획”이라며 “그 미팅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혼란들이 잇따르면서 권익위는 법 시행에 앞서 발간한 김영란법 질의응답(Q&A) 사례집 6곳과 직종별 매뉴얼도 수정해 재공지했다. 이날까지 매뉴얼이 수정된 곳은 2곳, 답변 내용이 바뀐 Q&A는 6곳에 이른다. 기존 매뉴얼에서는 가액기준(10만원)을 넘는 경조사비를 받을 경우 경조사비 전액이 수수 금지 금품에 해당돼 전액을 반환해야 됐지만, 수정안에선 초과하는 부분만 정산해서 반환하면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제 겨우 법시행 이틀 째,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비리 근절을 위해 만든 졸속 김영란법, 사회 곳곳에서 엉뚱한 각종 문제를 만들고 부작용이 심하다. 법취지를 살리고 시행해 가더라도 보다 더 디테일하고 편안한 법 모든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법으로 발전, 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불편한 법, 싫어하는 법은 좋은 법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