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재단, 기업들에 기한 못박아 출연금 납부 독촉' 의혹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 재단이 재단의 실질적 ‘주인’인 기업들에게 불과 나흘의 시간을 준 채 출연금 납부를 독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만든 재단이라는 청와대와 전경련의 해명과 매우 상충되는 대목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모 언론이 28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재단법인 미르 설립 출연금 납부 관련’이란 제목의 2015년 11월23일치 문건에 따르면,
미르는 불과 나흘 뒤인 27일까지 설립 출연금 납부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은 “문화융성의 뜻을 함께 하시어 재단법인 미르 설립을 위해 출연금 기부 약정에 감사드리며, 재단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아래와 같이 출연금 납부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좌번호와 예금주가 기재돼 있다. 그 바로 아래 ‘2015년 11월27일’로 납부기한이 못박히듯 박혀있다. 겨우 나흘이란 말미를 주고서 수십억원을 요구한 것이었다.
당시 미르 계좌에는 그해 11월20일 현재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이 25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신동근 더민주 의원실은 확인했다.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돈을 낸 ‘재단의 주인’이라고 할 기업들에게 ‘독촉장’을 보낸 것이었다. 더군다나 문건을 보낸 시점은 재단이 설립된 지 불과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케이스포츠 또한 출연을 약속한 기업들에 독촉장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JTBC가 이날 케이스포츠가 기업에 보낸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지난 1월13일 설립된 이 재단은 같은달 25일 기업들에게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재단 설립 전 약속한 출연금을 내라고 재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군다나 애초 재단에 출연 약정서를 쓰지 않았고 설립자도 아닌 포스코가 지난 4월 뒤늦게 케이스포츠에 19억원을 내기도 했다. 백혜련 의원은 “여러 정황에 비춰봤을 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했다는 걸 믿기 어렵다”며 “포스코의 출연을 봤을 때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기업들이 두 재단에 돈을 낸 게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날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10억원 이상 출연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에 출연 이유와 이사회 처리 절차의 공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경제개혁연대가 공문을 보낸 대상은 삼성그룹 6곳(삼성전자·생명·화재·물산·에스원·제일기획), 현대차그룹 3곳(현대차·모비스·기아차), 에스케이(SK)그룹 3곳(에스케이하이닉스·종합화학·텔레콤), 엘지(LG)그룹 2곳(엘지화학·디스플레이),
롯데그룹 2곳(호텔롯데·롯데케미칼), 한화그룹 2곳(한화·생명), 포스코, 케이티(KT), 지에스(GS)칼텍스, 대한항공, 이원 등 23곳이다. 두 재단은 53개 기업에서 774억원의 출연금을 모았다. 김상조 소장은 “53개 기업의 공시를 검토한 결과, 이사회에서 의결한 기업도 있고, 이사회에 보고만 한 기업도 있고, 아무것도 안 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두 재단에 대한 기부는 정경유착이나 권력형 비리 문제로 국민적 의혹이 되고 있고, 배임·횡령 혐의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이유와 절차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