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청와대 내부 파워게임”?
이석수 특감, “‘K·미르 출연금 종용’ 청와대 안종범 수석 내사했었다”
대통령 직속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지난 7월 현재 의혹이 불거져있는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의 모금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내사를 벌인 사실이 한겨레의 보도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특감은 우병우 민정수석 감찰과 관련해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한 내용이 보도되면서 수사기밀 누설 논란에 휩싸여 사표를 제출했고 내사는 중단됐다. 특감 관계자는 최근 <한겨레> 기자에게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청와대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과 기업체들에 출연을 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비위 첩보가 입수돼 지난 7월 내사를 진행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내사 지시는 이 특감이 했고, 지시를 받은 감찰반원들이 실제 출연한 몇몇 기업들에 찾아가 출연 이유와 과정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이는 특별감찰관법에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제5조)의 ‘비위행위’(제2조)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관계자는 “조사를 나간 감찰반원들이 한 기업체 임원에게 ‘왜 그 재단에 출연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못 하고 먼 산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더라’는 보고가 있었다. 대부분 기업의 반응이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그는 “내사는 지난 7월께 했고, 청와대 직속인 특감 구조상 민정수석실이 거의 실시간으로 내사 상황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사는 나중에 고발로 이어진 박 대통령 친동생 박근령씨의 사기 의혹이나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관련 감찰에 앞서서 이뤄진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교수 출신인 안 수석이 치부를 목적으로 기업에 거액 출연을 종용했을 리 없는 만큼 과연 배후가 누구인지, 기업체들은 왜 거액을 순순히 내놓게 됐는지 등을 정확히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이 특감이 수사기밀 유출 의혹 등에 휘말려 사표를 제출하면서 더 이상의 내사는 진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가 지난달 19일 이 특감의 기자 통화 내용을 거론하며 ‘국기 문란’이라고 한 데 대해 “그것은 단순히 통화한 사실 자체나 우병우 수석을 감찰한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 아니라고 본다. 특감이 건드려서는 안 될 것,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두 재단을 내사한 데 대한 (박 대통령의) 극도의 당혹감과 불쾌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특감의 내사 관련 보고서 등은 검찰이 지난달 29일 특감 사무실 압수수색 때 가져가 보관 중이다. 특감의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지난번 압수수색 때 내사 지시가 적힌 이 특감의 ‘업무일지’와 감찰반원들의 보고서 등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가져갔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검찰을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서도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한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보면 과거 5공 청산 과정에서 드러난 ‘일해재단 비리’ 의혹의 판박이처럼 보인다”며 “출연 과정에 범죄 혐의가 짙은 만큼 결국에는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이석수 특감 '안종범 미르 모금의혹' 내사 "우린 몰랐다"?
한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개입 의혹을 내사한 것이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원인이라는 22일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전면 부인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특별감찰관이 하는 일을 우리(청와대)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어떻게 (내사) 진행 과정이나 감찰 내용을 알겠느냐"고 답했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측근 또는 친인척 등에 대한 감찰 개시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감찰 전 단계인 내사의 경우는 보고 의무가 없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청와대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800억원을 끌어 모은 보이지 않은 손으로 지목된 안 수석의 개입 의혹과 대통령 지시 여부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조 의원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기업들이 수백억원의 거금을 출연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박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가 개입됐다"고 말했다. 또 조 의원은 "과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취임식 당시 박 대통령이 입었던 340만원짜리 한복을 미르재단 김영석 이사에게 직접 주문해 박 대통령에게 전해 준 당사자"라며 "최씨는 심야에 청와대를 드나들었다고 한다"고도 했다.
박대통령, '미르재단·최순실 의혹' 제기 野 정면비판…"분쟁하는 집은 무너져"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들의 단결과 정치권의 합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내지 않으면 복합적인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최근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의혹,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씨 연루 의혹 등을 제기한 야권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야권의 의혹 제기에 대해 "근거없는 부당한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언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저는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수없이 강조해왔다"며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스스로 분쟁하는 집은 무너진다고 하면서 국민적 단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 국민이 단호한 자세로 하나가 되어야만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께서도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인한 안보 위기 상황에 관측이래 최대 규모 지진까지 발생해 불안감도 크셨을 것이고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마음이 편치 않으셨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안보와 경제가 지금 모두 힘든 상황이지만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라는 말처럼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 위기 극복과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할 각오로 임할 것"이라며 "정치권과 국민 여러분도 함께 힘을 모아서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제가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논란을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 비통한 마음이었는데 대통령인 저는 진심으로 국민들을 걱정하고 국민들을 위해 일하며 남은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한 일간지가 박 대통령의 20일 경주 지진피해 현장 방문 사진을 실으면서 마치 박 대통령이 신발에 흙을 묻히지 않기 위해 멀리서 손을 뻗어 주민과 악수하는 것처럼 설명을 붙여 보도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연국 대변인도 전날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악수를 하려고 다가가니까 주민들이 '복구 중인 흙이니까 밟지 마세요'라고 해서 흙을 사이에 두고 악수한 것"이라며 "심각한 사실 왜곡"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대해 국민들은 “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도 근본원인이 모두 대통령 본인에게서 비롯된 것 아닌가? 지금 국민들이 어떻게 힘들게 사는데 뭐하는 것인가? ‘의혹’으로만 묻힐 사안이 아니다. 보도들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완전히 추잡한 청와대 내부의 권력 파워게임 아닌가? 점입가경이다. 청와대 기강이 이게 무언가? 전부 철저히 해명하거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또는 국정조사라도 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동안의 각종 적폐들, 대우조선해양 문제, 롯데수사 모두 바로잡으면서 정작 청와대는 무엇인가? 의혹이 만약 사실이라면 누가 누구를 수사하고 처벌하는가? 북핵문제, 안보문제 심각한데 도대체 영(領)이나 서겠는가?”라며 보도들을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