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설립 최순실 개입” 의혹 폭로, 파장 일파만파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0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기업들이 수백억원의 거금을 출연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가 개입됐다”고 주장 폭로했다. 고(故)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기용했던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다. 조 의원은 “과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취임식 당시 대통령께서 입었던 340만원짜리 한복을 미르재단 김영석 이사에게 직접 주문해 대통령에게 전해 준 당사자”라며 “최근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대통령이 착용하는 브로치·목걸이 등 액세서리도 청담동에서 (최씨가) 구입해 전해 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심야에 청와대를 드나들었다고 한다.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씨와 각별한 관계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발탁과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도 최씨와의 인연에서 작용한 것이라고 하는데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인가”라고도 물었다.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 초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조 의원의 질문에 황 총리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변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권은 국회 바깥에서도 이날 두 재단을 겨냥해 집중 공세에 나섰다.
더민주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모두 신청 하루 만에 허가가 났고, 설립 몇 개월 만에 각각 486억원과 380억원에 이르는 기부금이 조성됐다”며 두 재단을 5공화국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만든 일해재단에 비유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민주와 국민의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경련과 대기업을 움직여 출연금을 모집한 당사자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지목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 주장은 근거 없는 일방적인 추측”이라며 “최순실씨가 재단과 관련됐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모금은 전경련이 좋은 뜻으로 시작했고, 기업들이 취지에 동의해 기부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소속 교문위원들도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이 의혹을 부풀리고 근거 없는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야당의 행태는 국정감사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정치 공세”라며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더민주 박용진 의원은 “황 총리가 법무부 장관이던 2013년엔 채동욱 전 검찰총장 의혹에 대해 신속히 감찰에 착수한 반면 우 수석 의혹에 대해서는 37일이 걸렸다”며 “미운털(채 전 총장)은 찍어내고, 예쁜털(우 수석)만 지키는 게 박근혜 정부의 인사 원칙이냐”고 따졌다. 이에 황 총리는 “검찰총장은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휘·감독하는 기관이었고, 청와대 수석은 총리가 관할하고 지휘하는 라인이 아니다”며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은 최근의 검찰 비리를 거론하며 “이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공수처는 일종의 옥상옥이라 할 수 있다”며 “낭비와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르재단의 성격은?
야당이 20일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60)의 미르재단은 특히 이달 초 이사장을 돌연 교체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은 이날 일제히 최씨 관련 의혹 규명을 요구했다. 최씨는 과거 박 대통령의 멘토였던 고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이다. 더민주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설립 몇 개월 만에 800억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조성했다고 한다”며 “설립 허가, 기부금 모금 뒤에는 청와대 모 수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말했다.
더민주 조승래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미르재단 이사장이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에서 김의준 롯데콘서트홀 대표(66)로 교체됐다. 김의준 대표는 지난 2일 재단 이사회와 19일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거쳐 이사장에 임명됐다. 김 신임 이사장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1976년 대림산업에 입사한 뒤 1996년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장, 1996~2010년 LG아트센터 대표를 지냈다. 또 2011~2014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2014~2016년 롯데콘서트홀 대표를 역임해 문화계에서는 대표적인 예술행정가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설립 당시 문화·예술 분야 공익재단을 표방했지만 인적 구성을 두고 논란이 일자 ‘얼굴마담’으로 영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다양한 분야의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린다는 명목으로 국내 주요 그룹의 출연을 받아 정식 출범했다. 당시 삼성, 현대차, SK, LG 등 16개 그룹에서 486억원의 출연금을 받아 논란이 됐다.
K스포츠재단 성격
미르재단과 더불어 전경련이 중간에 나서 기업돈을 모아 준 곳은 미르 뿐만이 아니다. 케이스포츠라는 체육재단법인에도 380억원 넘게 거둬준 것으로 확인됐다. K스포츠재단은 지난 1월에 설립됐다. 기업들이 수억에서 수십억원씩 출연했는데, 모금 통로는 미르 재단 출연과 마찬가지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이었다. A 기업관계자 : "(미르재단 때랑) 비슷한 금액을 넣었을 거고 그것도 주위(주변상황)는 똑같아요. 전경련 통해서 요청을 받아서..." 삼성과 여러 대기업이 수십억원을 냈고, 심지어 중소기업들에게까지 손을 벌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낸 대기업 상당수는 지난해 10월 미르 재단에도 수십억씩 출연한 기업들이다.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체육재단은 당초 모금 목표액을 300억원으로 설정했으나 실제는 380억 가량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B기업 관계자는 "미르가 30개 기업이었고, 케이스포츠가 전체 몇개인진 모르겠는데, 대기업만 한 게 아니고 중소기업 이런데도 있던 거 같거든요." 재단측은 정확한 기업 출연액과 출연 경위를 묻는 모 언론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정동춘 /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 "그런 거를 미디어한테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고요. 요청을 하시면 저희들이 이사회를 거쳐서 내보내든지 말든지 하겠습니다." 문화재단 미르와 스포츠 재단인 케이스포츠에 수백억원씩 기업돈이 몰린 배경을 둘러싸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가 없다"
이런가운데 한편, 청와대는 21일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 씨가 청와대 인사에 개입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액세서리를 선물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청와대의 입장에 관한 질문을 받고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의원은 전날 대정부질문을 통해 박 대통령이 착용하는 브로치와 목걸이 등이 최씨가 청담동에서 구입해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우병우 민정수석과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도 최 씨와의 인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 대변인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물음에 "예"라고 답한 뒤 '조사를 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도 "사실이 아닌데 어떻게 더 확인을 (하는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씨가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답을 반복했다. 정 대변인은 또 최씨가 준 브로치를 박 대통령이 착용했다는 조 의원의 주장에 대해 "(최씨가 브로치를 산) 가게에선 아니라고 했다고 신문에 나왔다"고 간접 반박했다.
시민들 반응
이에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두가지다. 하나는 “조응천 너무 추잡스럽다. 의원이 되면서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유치하게 여인들 노리개 이야기들이 무슨 국정감사장에서 의원이 총리에게 물어볼 이야기냐?” 는 반응도 있지만 대다수의 의견은 “브로우치, 사적인 언니동생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순실이라는 사인(私人)이 재단을 통해 권력을 이용, 기업들 돈을 받은 점과 중요 국정운영과 국정인사에 개입했다면 정말 엄청난 문제다.”는 반응들이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와 관련한 증인 채택을 끝까지 거부해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미르 재단은 지난해 10월, K스포츠 재단은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단 하루 만에 설립승인서를 받아 설립됐다. 대기업들은 미르 재단에 약 480억 원, K스포츠 재단에 약 280억 원을 출연했다. “기업들이 약 76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단기간에 자발적으로 재단에 출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의원들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국민적 의혹제기에 일리가 있다.
의원들은 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가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최 씨가 K스포츠 재단 이사장 자리에 단골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하던 정동춘 씨를 이사장으로 앉혔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인용한 내용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씨의 개입 의혹 보도에 “일방적인 추측성 기사로 전혀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기업들이 이름도 생소한 두 재단에 760억 원이라는 거액을 출연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두 재단이 박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위해 설립됐으며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하는 과정에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에도 청와대는 “개입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기업들이 출연 경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으니 국민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있다.
야당들은 새누리당이 증인 채택에 협조하지 않으면 국정감사를 보이콧할 태세다. 이쯤 되면 국정감사에서 규명할 필요가 있는데도 새누리당이 “관련 증인 채택은 단 한 명도 안 된다”고 버티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워진다. 만에 하나 야당 주장과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비선 측근과 청와대 핵심이 대기업을 움직여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면 그냥 덮을 수 없는 문제다. 청와대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국민들 앞에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