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평양을 통째로 날려버릴 B-1B 2대 한반도 전개
미국이 13일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2대를 한반도 상공으로 출동시킨 것은 제5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B-1B 폭격기 2대에 실린 최대 적재량의 폭탄이 유사시 평양 상공에서 투하되면 평양은 통째로 사라질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갖추고 있다. 비록 핵무기를 탑재하지는 않았지만, B-1B 폭격기 1대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갱도를 파괴할 수 있는 합동직격탄(JDAM) 24발도 탑재할 수 있다.
미국이 지난달 초 괌에 배치한 B-1B 폭격기 2대를 보낸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하다. 확장억제는 미국 본토와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았을 때 같은 방식으로 응징 보복을 하는 개념이다. 확장억제 수단으로는 전술·전략 핵무기와 미사일방어(MD)체계, 재래식 전력 등이 대표적이다. B-52·B-2 장거리 핵 폭격기와 핵 추진 잠수함, 핵 추진 항공모함을 순차적으로 출동시킬 계획을 세운 것도 확장억제 제공 공약을 시현하려는 의도다.
미측은 2009년 제4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통해 확장억제 제공 공약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도록 했다. 즉 핵우산과 재래식 타격,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을 위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고 명문화한 것이다. 이어 지난 9월 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를 포함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한다"며 "이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양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확장억제를 시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인 맞춤형 억제전략을 문서로 만들었다. 이번에 B-1B 2대의 긴급 출동도 이런 전략의 하나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 *핵무기 사용 임박 *핵무기 사용 현실화 등 3단계로 구분해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즉 북한이 핵사용을 위협하고 강압하는 단계에서는 한국군은 미사일 타격 및 요격 능력을 보여주고 미국은 전략무기 투입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게 된다. 이어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한 단계에서는 한미 정밀타격 수단을 활용해 발사 이전 핵무기와 그 투발수단을 타격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현실화되면 미국의 핵 능력을 포함한 강력한 수단을 운용해 응징하는 전략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핵은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핵 억제의 본질이지만, 국제 비확산 체제와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 등을 고려해 미국의 '확장억제 활용'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확장억제 전략을 자유롭게, 적시적으로 구사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북한이 지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와 인접해 있는 등 외교적·지정학적으로 복잡한 변수들이 워낙 많아 우리 정부의 뜻이 적시에 관철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B-1B 2대가 전날 한반도 상공에 출동하려 했으나 괌의 기상 상황을 이유로 연기된 사례도 이를 말해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은 다음 달 양국 합참의장간 MCM(군사위원회)과 국방장관간 SCM(안보협의회)을 통해 확장억제 제공 공약을 거듭 확인할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의 강도를 높일수록 확장억제 구현 수단은 더욱 더 전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룩스 한미연합군 사령관 "北핵실험 절대 수용못해…단계적 작전 수행할것"
한편,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군사령관은 13일 북한의 핵실험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단계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센트 사령관은 이날 오전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2대의 한반도 상공 전개 직후 오산기지에서 이순진 합참의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켰고 이는 우리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한 불변의 의지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며 "오늘 본 것과 같은 항공력 현시 작전을 지속할 것이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전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B-1B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한반도에 전략무기를 파견해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일 것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빈센트 사령관은 "오늘 보여준 항공력은 모든 범주에 걸친 한미동맹의 많은 군사력 가운데 일부"라며 "계속 확장억제를 강화해나가고 한국 방어를 위한 확장억제 제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란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핵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빈센트 사령관은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규정된 모든 의무를 이행하고 한국을 위험으로부터 방어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이것은 우리에게 부여된 책무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순진 합참의장은 "북한은 핵개발을 진척시킬수록 정권 자멸의 시간이 앞당겨진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수차례 경고했듯, 북한이 만약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다면 체제가 뿌리째 흔들리도록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발한 B-1B 2대는 이날 오전 10시께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 4대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의 호위를 받으며 오산기지 상공을 저공 비행했다. 미국이 B-1B를 한반도에 전개한 것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나흘만으로,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전략무기를 북한 코앞에 들이밀어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