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부,채권단에 한진해운 금융지원 요청”했지만 “NO대답”
법원, 정부와 채권단에 한진해운 회생 금융지원 요청
한진해운 사태가 갈수록 심각하다.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이 정부와 채권단에 회생을 위한 금융 지원을 7일 공식 요청했다. 지금까지 정부와 한진그룹측이 내놓은 지원 방안은 한진해운 회생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한진해운 선박의 화물 하역을 위한 거점항만으로 지정된 미국의 법원에서 압류금지명령(스테이 오더)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자금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결국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등으로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던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는 또다시 새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수석부장 김정만)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KDB산업은행에 ‘한진해운에 대한 DIP파이낸싱(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신속 제공 검토 요청’ 공문을 이날 발송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특정 기업을 위해 정부와 채권단에 이처럼 강력한 금융 지원 요청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우선 법원은 한진해운에 대한 신속한 금융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현재 비정상 운항 상태의 한진해운 선박에 적재된 화물의 가액은 약 140억 달러(약 15조원)로, 이를 기간 내 운송하지 못할 경우 화물 가액 상당의 손해는 물론 우리나라 기업의 현지 공장 가동중단 등의 확대 손해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어 “조양호 회장과 한진그룹이 발표한 1,000억원의 지원 방안은 그 실행 시기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한진해운의 정상화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고, 6일 당정협의회에서 발표한 1,000억원을 더해도 여전히 부족하다”며 기존 대책과 별도의 추가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특히 추가 자금지원이 미국 법원에서 압류금지명령을 받아내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미국 뉴저지 연방파산법원은 6일 ‘한시적 임시승인처분’을 내렸지만 오는 9일 오전 10시(현지시간)까지 미국 내 채권자 보호를 위한 자금조달계획을 수립해 제출할 것을 명했다”며 “이에 따르지 않으면 물류대란 해결이 요원해져 한진해운은 결국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와 한진해운이 원활한 하역을 위해 선정한 거점항만 중 3곳이 미국 항만임을 감안하면 정부와 채권단의 금융지원 결정이 늦어도 오는 9일 밤까지는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미국 법원에서 화주 등 채권자들이 압류금지 결정에 강한 반대 의사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면 금융지원을 통한 한진해운의 회생 계획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채권단, 법원의 한진해운 지원요청 '불가' 결론
한편, 법원으로부터 한진해운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DIP 파이낸싱·회생 기업에 대한 대출) 요청을 받은 정부와 채권단이 이를 거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채권단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파산 6부로부터 받은 한진해운에 대한 대출 제공 요청 공문을 검토한 끝에 지원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리고 이를 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이 1천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행 시기가 불투명한 데다 한진해운을 정상화하는 데는 부족하다며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산은에서 추가 대출을 해 주면 이 자금은 물류난을 해결하고 꼭 필요한 운영자금을 대는 용도로만 사용할 것이며, 최우선 순위 공익 채권에 해당해 회생 절차 중에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법원의 설명에도 지원 금액을 온전히 돌려받을 가능성에 의문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은 공문에서 한진 측의 추산을 근거로 필요 비용이 약 1천730억원 든다고 밝혔으나, 추산의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미국에서 하역을 완료하는 비용이 500억원 정도면 될 것으로 보여, 한진에서 제출한 1천억원 규모의 지원안으로도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도 "담보 없이 추가 자금을 지원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며 "법원 쪽에서도 큰 기대를 하고 요청했다기보다는 절차상 의례적으로 보낸 면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