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모래시계 검사의 시대는 끝이 났는가?"
<기자수첩>
스폰서 검사 김형준의 두 얼굴
많은 우리 국민들은 아직 어떤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정의로운 검사, 온갖 역경을 이기고 검사가 되어 사회정의를 위해 추상같은 법적용을 하면서도 뒤로는 힘없고 억울한 이들을 어루만지며 법현실과 인간적 휴머니티 사이에서 고뇌하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검사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드라마속의 검사이고 현실에서의 검사는 진정 그래서는 안되는 것인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 잘나가는 엘리트 부장검사, 여의도의 저승사자, 친구로부터 '스폰서'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그는 검사로써도 한 인간으로써도 도저히 해서는 안될 행위를 했다. 그는 철저한 두 얼굴의 이중 인격자였다. 이미 여러 언론들과 본보로 보도된 내용 이외에도 이 사건이 드러난 원인은 스폰서를 해준 친구와의 관계가 깨어졌기 때문이었다.
친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숨기기 위해 그는 교묘하게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기가 있는 고양지청에서 수사가 진행되도록 스폰서 친구가 ‘셀프 고소’를 하게 유도한 것인데, 알고보니 이것도 친구를 배신한 것이었다. 지난 4월 26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김형준 부장검사의 고교동창인 김 모씨(스폰서 친구)가 사기 혐의로 고발된다. 하지만 이 고발은 김씨 측의 '자작극'이었다.
김형준 검사
김씨는 "김형준 부장검사가 고양지청 검사를 잘 아니 그곳에서 수사받도록 하라는 지시에 아는 사람을 시켜 고발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검사는 실제로 고소 직전에 연수원 동기인 고양지청 간부를 찾아갔다. 하지만 내용은 "동창이 나를 팔고 다니니 엄정하게 수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김씨에게는 김씨의 뒤를 봐주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이 빠져나오기 위해 셀프변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검사는 이후에 자신의 비위가 드러나자 이를 감추기 위해 소위 스폰서를 해준 친구에게 허위진술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김형준/ 부장검사 (김씨와 통화내용) "나를 발을 꽁꽁 묶으려고 하면 술 먹은 거 갖고 묶을 수 있어. 말려들지 마. (술집) 장소가 어디냐는 등. 대답해버리면 발이 묶어버려."
법무부는 2달동안 김 부장검사의 직무를 정지했다.
대검찰청, '김형준 부장검사' 사태, 검사 10여명 무더기 조사
한편, 대검찰청은 검찰의 국민신뢰를 참담하게 실추시킨 '스폰서·사건청탁' 의혹을 받는 김형준(46) 부장검사가 자신의 수사 대상인 박모 변호사에게 돈을 빌린 것과 관련,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수사 진행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감찰에 나섰다. 이에 따라 기존 서울서부지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들 외에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을 상대로도 규명 작업을 벌이면서 이번 감찰은 현직검사 10명 이상이 대거 조사 대상에 오르는 검찰사상 초유의 규모가 됐다. 대검은 김 부장검사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비위 의혹을 전수 확인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감찰의 범위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초 대검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현직검사는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 김모(46·구속)씨 사건 수사무마 청탁 대상으로 지목된 서울서부지검 검사 8∼10명,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 등이었다. 언론에 공개된 김 부장검사와 '스폰서' 김모(46·구속)씨 사이 통화 녹취록을 보면 김 부장검사는 "내가 서부지검 부장들을 다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식당에 다 불러 밥을 먹이며 자연스레 친해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부지검 부장은 5∼6명이며 식대는 40만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또 김씨 사건 담당인 서부지검 평검사와 만나기 위해 "울산에 있는 친한 검사를 불러 3∼4명 엮어 밥을 먹였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목이 '울산에 있을 때 친했던 현 서부지검 검사를 불러 수사검사 등 3∼4명과 밥을 먹었다'는 뜻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메리어트 호텔 식사 인원과는 겹치지 않는다. 김 부장검사는 "(서부지검) 제일 위에서부터 차장·부장한테 전화 통화로 얘기했다", "오죽하면 내가 고양(지청) 쫓아가고 마포(서부지검) 쫓아가고 어떻게든 끈을 만들어서 밥 먹으려고 한다"고 김씨에게 밝히기도 했다. 고양지청에는 자신의 동기가 차장검사로 있는데 이들 사이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이에 더해 김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있던 지난해 자신과 '스폰서' 김씨와의 돈거래에 검사 출신 박모 변호사 쪽 계좌를 활용한 것과 관련, 대검은 수사 진행·처리와 관련해선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검 감찰본부의 확인작업은 남부지검 사건 주임검사와 보고계통으로까지 대거 확대된 상태다.
과거 김 부장검사와 한 부서에서 일하며 친분을 쌓은 박 변호사는 자신의 부인 계좌번호를 김 부장검사에게 알려줬으며, 김 부장검사는 김씨로부터 이 계좌로 1천만원을 송금받았다. 박 변호사는 차명 지분을 보유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혐의, 미공개 정보로 주식거래를 한 혐의 등 2건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1건은 김 부장검사가 올해 초까지 직접 수사했다. 검찰은 다른 1건에 대해서도 김 부장이 수사 대응 조언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사실은 없는지 의심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제는 도저히 검찰을 믿을 수 없다. 당장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해야 한다. 진정 모래시계 검사의 시대는 끝이 났는가?”라며 분노하고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