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외환당국의 딜레마- '폴리시믹스‘ 기대 힘들어
미국과 일본·유럽연합(EU)의 통화정책이 사실상 양분되면서 한국 정부와 외환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돈줄을 죄겠다고 시사한 반면 일본·EU는 계속 돈을 풀겠다고 나서면서 우리나라 금리 정책 여력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29일 미국에서 열린 '잭슨홀미팅'에 참석했던 장병화 부총재와 김민호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집행간부 및 감사회의'에서 출장 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갖는다. 오는 12월에나 가시권에 들 것으로 예상됐던 미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분위기가 커지면서 국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은 딜레마에 빠졌다.
대내외 경제여건상 미국을 따라 곧바로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가계부채 탓에 일본이나 유럽처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것도 힘들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더이상의 '폴리시믹스(재정과 통화의 정책조합)'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통화완화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및 내년 400조원대의 예산을 편성한 상황이다. 이 중 한 축이 꺾이면 경기부양 효과도 그만큼 제약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에 두 가지 측면이 모두 있다. 당장 자금 유출이라는 악재에 부딪히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미 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론적으로 미 금리인상은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진다. 금리격차가 좁혀지면 금리(수익률)가 미국보다 높은 신흥국에 들어와 있는 자금이 더 안전한 미국으로 몰린다. 이 경우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9개월 연속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다. 이 기간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돈은 266억달러(약 30조원)다.
현재 미국(0.25~0.50%)과 우리나라(1.25%)의 금리 격차는 0.75%~1%포인트다. 미국이 연내 한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격차는 0.50~0.75%포인트로 좁혀진다. 하지만 주말새 급작스럽게 9월 인상설이 떠오른만큼 9월과 12월, 두 번 인상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 경우 양국 금리격차는 0.25~0.50%포인트로 준다. 정부와 한은은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3700억달러 안팎으로 예전과 비교해 많고,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연 1000억달러로 급격한 자금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방어한다.
하지만 통화정책 측면에서 운신의 폭은 분명히 작아졌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6월 금리를 '깜짝' 인하하면서 미 고용지표 악화에 따른 금리인상 지연 기대감을 전제했다. 때문에 당초 시장에선 오는 9~10월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하지만 이번 옐런발언 이후 9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해졌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