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추미애 대표 “선명하고 강한 야당, 강력한 통합” 표방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가 된 추미애 의원은 '선명하고 강한 야당'을 표방했다. 특히 제1야당으로써 선명성 강화를 강조했다. 추 대표는 대표 확정 직후 "지금 정부는 잘못 가고 있다. 민생의 절박함을 외면하고 오로지 하수인 지키기에 급급하다"는 정세 인식을 드러내며 "대통령이 국민이 가라는 길을 외면하면 단호히 맞서겠다. 고난과 탄압이 있어도 그 길을 가야 선명하고 강한 야당이 되고 수권 비전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교체의 막중한 짐을 짊어진 제1야당 당수로서 선명성과 함께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한 외연 확장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 지도부에 친문(친문재인) 인사가 대거 포진한 것도 향후 추미애 체제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최고위원 8명 중 지역별 최고위원인 김영주·전해철·심기준·최인호 최고위원과 양향자 여성 최고위원, 김병관 청년 최고위원 등 6명이 친문 인사로 분류되고, 나머지 두 명 역시 친문에 가깝다는 평이다.
추 대표의 언급처럼 더민주가 수권정당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여권과 마냥 등을 돌리고 싸우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당 안팎의 시각도 없지 않다. 추 대표도 "강단 있게 그러나 민생을 위해 협조할 것은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야당으로서의 정체성 강화에 방점을 찍은 추 대표가 대선 정국을 맞아 대여 관계 정립과 중도층 포용을 위한 전략을 어떻게 구사할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7일 추미애 신임 대표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당선됐다. 득표율도 54.03%를 기록해 이종걸 후보(23.89%), 김상곤 후보(22.08%)를 누르고 압도적 승리 신화를 써냈다. 추 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온 국민 힘들게 했던 찜통더위가 사라지고 추풍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 당에도 추풍이 왔다. 이제 당을 가을 전어처럼 통통히 살찌워서 집 나간 당원들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당대회가 열린 전날부터 서울은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완연한 가을날씨를 보였다.
추 대표는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분열 *패배주의 *낡은 정치 3가지와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권을 위해 여러 개 나누진 보조경기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의 큰 주경기장을 함께 만들어내자”며 ‘강력한 통합’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국민의당으로 인해 잃었던 호남 표심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안고 있었다. 이 때문에 추 대표의 통합발언은 야권 통합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는 또한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부겸, 문재인, 박원순, 손학규, 안희정, 이재명 등을 거론하며 “공정한 대선 경선을 반드시 중심잡고 지키겠다. 모두 함께 모셔서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 역동적 경선을 만들어내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저히 국민 속으로 들어가 오로지 민생을 위한 민생경선을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추미애 사람들은 누구?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추미애의 사람들'이 주목받고 있다. 추 대표의 사람들은 경선 과정에서 당선으로 이끈 조력자 역할을 해 주요 당직 인선 대상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우선 추 대표의 비서실장에는 4·13 총선을 통해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한 신창현 의원(경기 의왕·과천)이 내정됐다. 범주류로 분류되는 신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추 대표 캠프를 찾아 응원하는 등 힘을 실었다는 후문이다.
신 의원은 의왕시장, 김대중정부 환경비서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1급), 희망제작소 주민참여클리닉 소장, 국가인권위원회 조정위원, 국가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갈등관리심의위원 등을 지냈다. 신 의원은 28일 "어제 대표님이 전화하셔서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제가 순종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활동한 추 대표는 지난해 말 계파 갈등 속에서 문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반대로 이번에는 추 대표가 문 전 대표 측 인사들로부터도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추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복심' 최재성 전 의원과 당직 인선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문재인 체제에서 당직을 맡았던 안규백 의원과 홍종학 전 의원 등의 당직 인선이 거론된다. 사무총장에는 범 친노(親노무현)이자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안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다만, 안 의원은 "아직 제안받은 것은 없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거리를 뒀다. 안 의원은 문재인 체제에서 전략홍보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이자 김근태계인 홍 전 의원은 문재인 체제에서 디지털소통본부장을 맡으며 온라인 당원가입 체계를 만들었다. 이번 추 대표의 당선에 온라인당원들의 지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 만큼, 관련 당직을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추미애 캠프에 몸담았던 친노계 김광진 전 의원을 비롯해 정진술 공보팀장 등도 이번 경선을 거치면서 추미애의 사람들로 떠올랐다. '추미애의 입' 역할을 한 김 전 의원은 앞으로는 당 대변인을 맡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정 팀장은 경선과정에서 언론대응을 하며 추 대표를 보좌했다. 그는 친노인 정청래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이번에 추 대표로의 온라인 표몰이에 한몫했다는 평이 나온다.
원외 인사인 김현 전 의원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전 국민통합위원장도 당직 인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은 원외에서 추 대표에 대한 물밑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친노·친문(親문재인)색이 강한 인사들은 이번 당직 인선에 포함되지 않고, 향후 대선 캠프가 꾸려지면 이곳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민주 당직 인선은 추 대표가 현충원 참배, 국회의장 및 각 당 대표 예방 등 일정을 마치는 오는 31일쯤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못한 경제민주화를 저희 당이 앞장서 해내겠다”고 말해 평소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강조했던 ‘경제민주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락 연설을 마친 추 대표는 김 전 대표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며 활짝 웃기도 했다. 국민들은 추대표가 제1야당의 내부를 어떤 모습으로 개편해 선보일지, 지난 더민주가 아니라 새로운 추미애 체제 더민주가 어떤 새로운 정치, 비전, 행태를 보여줄지 매우 주목하고 있다.
이기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