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유통과정 엉망진창, 비리 만연
학교급식의 유통에 각종 부정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식비리 사태는 서울 충암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서울교육청은 충암고에서 학생들에게 쓰다 남은 시커먼 기름으로 만든 급식을 먹이고, 급식회계 처리 과정에서 횡령 등의 비리 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해 파문이 일었다. 그렇지만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23일 발표한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를 보면 급식비리 사태는 전국에 만연해 있었다. 특히 곰팡이 감자가 '유기농 감자'으로 둔갑돼 일선 학교에 공급됐고, 식재료 보관창고나 운반차량의 위생 상태도 엉망이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축산물이 버젓이 학생들의 반찬으로 올랐고, '친환경·무항생제 인증'이나 축산물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 마크도 조작됐다. 점검 결과를 보면 식재료에 대한 '전(前) 처리 과정'에서 위생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전처리는 식재료를 학교에 공급하기 전에 업체에서 식재료를 절단·세척·박피하는 등 1차 손질을 하는 과정인데, 2015년 기준으로 초·중·고교에서 사용한 농산물의 25%가 전처리 과정을 거쳤다. 일례로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A농산은 대장균 여부 등 수질검사를 받지 않은 지하수로 농산물을 세척하고, 작업대가 아닌 바닥에서 농산물을 박피 작업을 하다가 추진단에 적발됐다.
이 업체는 특히 곰팡이가 있는 썩은감자를 부적합 지하수로 세척한 뒤 친환경 감자와 혼합해 '유기농감자' 또는 '무농약감자'로 둔갑시켜 수도권 50여개 초·중·고교에 공급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 이 업체가 공급한 감자는 무려 3천200㎏, 836만원 상당이다. 또 장티푸스, 결핵, 피부질환 등 감염병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 12명을 고용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식품처리 종사자는 감염질환 등에 대해 건강검진을 연 1회, 학교급식 종사자는 건강검진을 반기 1회 받아야 한다.
소독업체가 식재료 운반차량이나 보관시설에 허위소독증명 서류를 발급해준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일선 학교에서는 식재료 구매계약 시 공급업체에 소독을 계약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식재료 운반차량이나 보관창고에 대한 소독의무 규정이 없어 허위 소독증명서를 발급해도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서울 강서구의 B소독업체는 2014년 말부터 2016년 6월까지 건당 1만원∼1만5천원의 수수료를 받고 서울·경기 지역의 식재료 보관창고와 차량을 운영하는 38개 업체에 허위 소독증명서를 발급했다. 이들 38개 업체는 320여개 학교에 48억원 상당의 식재료를 납품했다.
설사를 유발하는 콜레라균
또 제주도에 있는 C업체는 최근 2년 동안 겨우 세차례 소독을 실시했으면서, 나머지 달에는 허위 소독필증을 발급받은 뒤 105개 학교에 식재료 23억원 상당을 납품했다. 특히 차량 1대를 소독하는데 5만원이지만, 허위로 소독필증을 발급받는 경우 수수료 1만원만 내면 되는 거으로 드러났다. 식재료 품질기준을 위반한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D업체는 유통기한이 2016년 4월30일까지인 '냉장 돈후지' 112㎏에 대해 제품명을 '돈육 뒷다리살 냉동'으로, 제조일을 2016년 5월10일로, 유통기한을 2016년 5월16일까지로 조작한 뒤 충북지역 학교에 공급했다.
E업체는 유통기한이 31일 지난 냉장한우 28.8㎏, 156일이 지난 냉동한우 꼬리 86.3㎏을 판매 목적으로 보관하다가 적발됐다. 충북지역 F업체는 일반사료를 먹인 돼지를 친환경 사료 돼지로 속여 급식용으로 97억5천여만원 어치 납품했다. 2015년 5월∼2016년 4월 HACCP 마크를 허위로 부착한 뒤 245개 품목, 시가 73억원 상당의 축산물을 학교급식용으로 판매한 '양심불량' 업체도 있었다.
충남지역 G업체는 '무항생제 인증'을 받지 않은 한돈돼지 등심 등의 원료육을 포장육으로 가공한 뒤 허위 인증 스티커를 붙여 천안지역 7개 학교에 2천㎏ 가량 납품했다. '냉동육'을 비싼 '냉장육'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양심불량' 업체도 이번에 적발됐다. H축산업체는 2015년 1월∼2016년 5월 냉동돈육을 절단한 뒤 해동하고, 이를 다시 냉장육으로 포장해 46개 충남지역 학교에 5천300㎏, 시가 3천181만원 어치 공급했다. G축협 역시 같은 방식으로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둔갑시킨 뒤 최근 2년 동안 서울지역 156개 학교에 49억원의 축산물을 납품했다.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