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돼지 취급”? 국민이 개, 돼지인가? 교육부 고위 기획관의 발언이 이러하니
교육부 고위 공직자가 한 언론사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뿐만 아니라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중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을 만드는 고위공직자가 교육기회 균등이라는 공교육 가치관에 완전히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개인의 '취중실언' 차원이 아닌, 교육정책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부 장관 등 정부의 책임있는 인사에 의한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법이 정한 최고 수위의 징계에 처하는 등 강력한 문책 인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의 정책기획관은 본인의 과오를 인정한다면 책임을 지고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이날 오전 해당 발언을 한 나향욱 정책기획관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감사실의 경위조사 후 그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번 발언을 한 개인의 실언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면서 "민중을 적대하고 배반해 온 현 정부와 교육부 정책 일반의 '기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제대로 일단락 되려면 실언을 저지른 개인에 대한 문책을 넘어서야 한다. '민중을 개·돼지 취급'하는 국가 정책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신분제 사회를 타파하는 사회적 논의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경력이 없는 고시 출신 관료들이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교육부의 고질적인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교육철학이 빈약한 고위 공직자들에 의해 교육 정책이 좌우되는 한, 교육부가 정권에 예속된 상태에서 전횡을 일삼는 한 우리 교육에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도 이날 "정책기획관은 교육부 정책을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고위관리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단체 등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최은순 참교육학부모 회장은 "이제야 우리나라 교육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알겠다"며 "겉으로는 모두를 위한 평등 교육을 주창하면서 실제로는 신분제, 차별교육에 대한 생각을 뼛속 깊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교육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분노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육부 관료들의 면면을 보면 현장경험을 가진 분들보다 행시를 패스한 일반직 엘리트 출신이 대부분"이라며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분들이 이렇게까지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건 하나의 결격사유"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망언으로 교육부 고위 관료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나 정책관의 언행은 명백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큰 상처를 받은 민중의 마음에 다시 분노의 불을 당기는 고위공직자 발언"이라며 "교육부 장관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트위터를 통해 "국민을 개·돼지라니… 개·돼지만도 못한 공무원"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나 기획관은 지난 7일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가 공고해져야 한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에 대해 가슴 아파 하는 것은 위선" 등의 발언을 했다. 교육부 정책기획관(2~3급)은 교육부 주요 정책을 기획하는 핵심 보직이다.
나 기획관은 행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고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지방교육자치과정을 거쳐 지난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승진 직전에는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사회협력분야 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를두고 한 보수계 중진인사는 “나기획관 저런 사람들 때문에 진정한 자유주의자들도 같이 욕을 먹는다. 교육계 고위 공무원이기 앞서 나기획관은 진정한 자유주의 철학, 자신의 인성 부터 되돌아 보아야 한다. 비록 ‘민중’이라는 용어가 좌파용어이긴 하지만 나기획관의 발언은 결국 국민을 개,돼지 취급한 것이다. 정치관, 애국관부터 문제가 많다”고 힐난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