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 급락, 금융위기 때와는 달라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2016년 벽두부터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이자 2008년 때와 비슷한 새로운 금융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전문가들의 의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과 유럽의 경제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마저 크게 떨어지자, '잘 나간다'는 미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의구심까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내려 불안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불안은 전 세계를 공황으로 몰아넣었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불안감이 퍼지는 이유는 곳곳에서 나오는 지표가 좋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증시의 대표지수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5일 390.97포인트(2.39%)나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8.2%나 떨어졌다. 중국 증시는 이보다 더 심한 18%나 급락했다. 세계적인 수요 부족, 불황 등의 요인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20%가량 떨어졌다. 2015년 유가가 가장 높았던 때에 비해선 무려 52%나 빠졌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의 미국내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최근 나타난 미국 증시 급락은 여러 면에서 2008년 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우선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미국내 가계부채 비율이 당시에는 가구당 소득의 130%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103% 수준으로 내려앉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에서 개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다는 독특한 구조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가구의 재정 건전성이 좋아진 것은 가장 바람직한 경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대출상환 등 금융비용에 투입하는 자금의 규모가 2007년에는 18.1%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초저금리 기조 덕분에 15.3%로 떨어졌다.
아울러 은행 등 미국의 주요 금융기관의 재정건전성이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호전된 것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 물론 미국의 국가부채가 2008년보다 많이 늘어났고, 중국 경제가 부진하다는 점 등은 새로운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끝없이 추락하는 국제유가도 향후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전혀 새로운 위기에 경제 주체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경제의 여건상 최근의 위기가 '대재앙'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2008년의 경험으로 경제 주체들의 위기 대처 능력이 갖춰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