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19대 국회, 선거구 없는 나라 만들어
선거구 없는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선거구가 없는 나라"가 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렇게 개탄하면서 직권상정 절차에 착수했다. 여야는 선거구도 없는 4월 총선의 승리를 다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늘(1일) 0시에 선거구 획정 기준을 선관위에 넘겼다. 오는 5일까지 획정안을 국회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예고대로 직권상정 절차에 착수했는데 여야는 새해 첫날부터 생각이 전혀 다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선거구 획정보다 경제 살리기가 더 급하다며 노동, 경제 관련 쟁점법안도 함께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유권자들을 향해 총선에서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분열된 모습으로 국민께 걱정거리가 돼 죄송하다면서도 역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동교동계의 집단 탈당이 예고된 가운데 문 대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해 통합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지역구에서 열린 떡국 나눔 봉사 행사에 참가해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해 19대 국회를 반추해볼 때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점들은 무엇일까? 우리 국회의 생산성, 즉 일은 얼마나 하고 있는가? 세상을 경악시켰던 지난 부평 어린이집 폭력 사태. 아동학대를 막겠다며 여야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법안에 합의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3일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법안부결을 선포했다. 여야 합의 법안이 본회의서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반대와 기권자 87명 가운데 15명은 법안을 공동발의한 의원들이었다. 전문성도 없는 의원들이 법안 내용도 모르고 발의했다는 거센 비난이 나왔다.
국회사무처에 쌓인 수만 장의 법안 서류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표절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임명'을 '위촉'으로, '위산'을 '계산 착오'로. 단어 한두 개만 바꿔 같은 법안을 다시 내는 경우도 있었다.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법안은 1만 건이 넘는다. 법안 처리도 19대 국회는 최악이었다. 발의된 법안의 최종 본회의 가결비율은 10%대 초반으로 폭락했다. 10건 가운데 1건만 통과됐다는 의미다.
2년 전 세월호 사고 이후 여야 대치 상황에 이어 150일, 다섯 달 동안 여야 정쟁 속에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 몰아치기 졸속 처리가 다반사다. 쟁점 법안은 반드시 여야가 합의하고, 법안통과도 과수에서 5분의3 찬성으로 바꾼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스스로 식물국회라는 비판도 나왔다. 다가올 20대 국회는 반드시 일을 하지 못하는 말 그대로의 '식물 국회'를 떨쳐버릴 새로운 제도가 절실하다.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오듯, 19대 국회를 심판할 4월 총선도 반드시 온다.
여야, 정의화 의장 직권상정안 반발
여야가 선거구 협상에 결국 실패했기 때문에 오늘(1일) 새벽 0시를 기해 모든 선거구가 무효가 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제시하면서 직권상정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야 모두 반발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반대가 크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방침은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다만 인구 편차를 고려해 시·군·구 분할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기준을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제시했다. 5개 이상의 시·군·구를 합하지 않으면 선거구를 구성할 수 없는 경우, 인접 지역구와 합하면 인구 상한을 초과하는 경우, 시·군·구를 분할하면 분구를 안 해도 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예외 선거구는 3개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여야는 즉각 반발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현행대로 246개로 유지한 걸 비판하며 253개로, 7석 늘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직권상정은 정말 피해야 할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비판했지만 법을 어기지 않을 대안이 이제는 없다. 특히, 새누리당 강원 지역 의원 5명은 "시·군·구 분할을 허용하는 게리맨더링 기준을 제시한 것은 월권행위"라고 반발했다. 정 의장은 오는 5일까지 획정안이 마련되면 8일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여야의 반발로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대체 어찌하자는 말인가?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