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양건, 화물차에 충돌 즉사, 권력암투 때문인지는 아직 불확실
북한 김양건(73)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죽음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김양건이 신의주-평양 간 도로에서 인민군 번호판을 단 화물차량에 부딪쳐 현장에서 즉사했다는 주장이 대북 라디오매체인 자유북한방송에 의해 보도 제기됐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양건이 29일 오전 6시 15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자세한 사고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대북 라디오매체인 자유북한방송은 30일 탈북군인 출신 단체인 북한인민해방전선 정보실을 인용해 "김양건이 신의주에 있는 측정기구공장 시찰을 마치고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복귀하던 중 신의주-평양 간 도로에서 추돌사고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어제 아침 평양으로 올라오던 김양건의 차가 무역을 위해 신의주로 향하던 군 번호를 단 화물차량과 추돌해 (김양건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며 “평양에서는 이 사고에 대해 이미 의도적인 암살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를 낸 상대 운전수는 평안북도 보안부에서 간단한 조사를 마친 후 보위사령부에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일반 주민은 오늘 아침에야 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평양에서는 아침부터 김양건 사망과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들이 나돌고 있어 국가안전보위부가 ‘유언비어차단’에 나섰다”며 “주민들의 소문은 그저 나오는 게 아니라 다 권력을 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권력암투 과정에 빚어진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아직 정확하고 정밀한 이유는 알 수가 없어 보인다. 한편, 북한은 김양건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위원장으로 하는 장의위원회를 꾸렸다. 김양건의 시신은 평양시 보통강 구역 서장회관에 안치됐다.
대남통 김양건 사망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한편, 김양건의 죽음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이 주목되고 있는데 북한은 김정은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대남노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대남 협상을 주도해온 김양건의 사망으로 단기적으로 남북 대화의 추진이 위축되고, 남북관계를 다루는 북한의 태도가 다소 경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30일 우리정부 관계자는 "김양건 비서는 정책 결정자라기보다는 집행자라고 봐야 한다"면서 "김양건의 사망이 북한의 대남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의 대남 분야에서 김양건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축소됐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온건', '대화' 이미지를 가진 김양건이 사망함으로써 남북관계 대화 분위기 형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면서 "김정은에게 남북관계, 통일문제에 대해 충분히 자기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에서 북측은 단기적으로 경직된 자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