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성공여부는 ‘창당자금,공천보장’
탈당이 그리 쉽나?
“탈당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15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여파를 묻는 질문에 “비주류 의원 탈당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의 간판을 버린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탈당은 곧 낙선”이라고도 우려했다. 즉,어떻게 보면 민심과 국민여론과는 상관없이 더 중요한 것은 자기자리 보존이라는 이야기다. 원래 이런 자들이었던가? 이들이 탈당하지 않고 야권 신당을 만들지 못하면 탈당한 안철수 의원은 새(낙동강 오리알)가 된다.
지난 13일 안 의원의 탈당 이후 당장이라도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 안팎’의 탈당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일부 언론만 한 것인지 이날까지 사실과 어긋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문병호, 황주홍, 유성엽 의원 등이 동반 탈당을 예고한 가운데, 당장 안 의원의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이 당에 잔류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오는 17일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이 동반 탈당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주변 의원들의 만류로 흔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 진영 내부에서도 “탈당자는 모두 합쳐도 10명 안쪽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국 추이와 여론 향배를 지켜보겠다는 조심스런 기류가 읽힌다. 여론은 이번 안철수 탈당의 책임이 국민여론은 이를 막지못한 문재인에게 있다는 것이고 당내여론은 당을 깨고 나간 안철수에게 있다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호남여론은 반문재인 이 강하나 그렇다고 안의원을 적극지지하지도 않고 수도권 국민여론도 마찬가지 기류다.
그래서인지 당내 비주류 측은 탈당대신 내부 투쟁으로 선회하는 흐름이다. 문재인 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 구성을 동시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안 의원 탈당 이전부터 수도권 의원 대다수, 중진의원, 중도성향 의원 모임 등이 비대위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문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것은 당내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다는 것이다. 주류 진영이 문 대표 체제를 고수할 경우 지도체제 변경을 둘러싼 비주류와의 ‘2차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주류 진영 ‘구당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문 대표도 (문·안) 두 사람이 다 함께하는 비대위를 구성해 개혁 혁신을 해보자고 했다”며 “대안으로 남은 건 비대위”라고 강조했다. 탈당 여부에 대해선 “지금 상태에서는 총선 승리하기 어려우니까 야당 대통합도 하고 총선 승리체제를 갖추자, 당을 살려내자는 것이었다”며 탈당과는 선을 그었다.
비주류 의원 사이에서 “우리가 만든 당을 왜 나가느냐”는 목소리도 높다. 탈당과 신당 흐름에 키가 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들도 탈당보다는 당내 투쟁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이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의를 위한 지도자의 자기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문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다만 “우리당은 어떤 비용을 지불할지라도 야권의 대통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또 실현해 내야 한다”고 말해 탈당과는 거리를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조국, "안철수보다 安이용해먹은 비주류가 싫어“
한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15일 "안철수 의원보다 그를 비주류의 수장으로 이용해 먹고는 자신은 따라나가지 않는 의원들의 모습이 싫다"고 말했다. 조국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리더십만큼 팔로우십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리더들과 팔로워들이 그동안 쌓인 상대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분출하는 것, 십분 이해 간다"며 "그러나 너무 나가지는 말자. 몇일 실컷 욕했으니, 이제 그만 하자"고 강조했다.
조국 교수는 "나는 안 의원이 '김상곤 혁신안' 반대에 앞장서는 등 비주류의 수장 역할을 하는데 대해 비판했지만, 문과 안은 같이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안 의원은 탈당했고, 감정적 틀어짐, 노선 차이, 2016년과 2017년을 위한 전략 등이 작용했으리라 추측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안 의원 스스로도 확인했듯 안 의원이 만들 정당은 '새누리당의 확장에 반대하는 '반(反)새누리 비(非)새정치연합 정당'일 것"이라며 "여야 사이의 중도·중간층 또는 합리적 보수층'을 공략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 노선에 반대할 수 있지만, 비방해선 안된다"며 "안철수는 다시 원점에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고,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자신의 머리에 맞는 모자를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교수는 "이혼소송 과정 또는 이혼후 상대 배우자의 단점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혼을 했으면 쿨하게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게 맞고, 아이에게 '너희 아빠·엄마 나쁜 놈·년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성공여부는 “창당자금”과 "공천보장"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안철수 의원이 신당창당으로 성공하려면 그 관건이 무엇일까? 우선 안의원이 성공하려면, 문재인 대표 밑에서 한자리 하지 못하는(공천받지 못하는)의원들을 끌어 모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표피적인 정치적 문제일 뿐이고 안의원 뿐만 아니라 박주선 의원과 천정배 의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탈당명분이며 이 탈당명분은 전국 제1야당을 만들만한 정치적 정당성과 비젼인데 비주류 입장에서도 초선의원인 안철수만의 역량으로 가능할지 매우 의심스럽다.
적어도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현역의원 20명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그래야 창당자금으로 수십억을 국고지원으로 쓸 수 있다. 또 의원들이 신당으로 오려면 문재인 대표 밑에 있는 것보다 공천보장등 자신의 신당에 있는 것이 자리보장이 유리하다는 조건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이를 당장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안철수 자신 스스로 적어도 이런 조건들을 만들만한 합법적인 ‘창당자금’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관건은 안철수 스스로 그런 점들이 가능한가? 즉 자신의 돈을 쓸수 있는가? 하는 것인다.
그렇지 못하다면 신당창당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어느 전문가는 말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질타를 받더라도 국회입법마비 즈음이야 자신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철딱서니 초선 안철수 의원이 현재 벌이고 있는 정치행태 쯤은 자금이 없어 그렇지 아무나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창당 한다고 탈당하자마자 여권쪽의 이명박(MB)계 인사들이 갑자기 기지개를 펴는 듯 꿈틀거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안철수의 비밀은 무엇일까? 국민들 보기에 그동안 지긋지긋하고 꼼수정치로 점철된 조막조막한 인물들인 문재인과 안철수의 운명은 무엇일까?" 한국의 야권정치는 현재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입법마비 상태'를 초래만 한 상황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