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없는 총선, 깜깜이 선거' 시작, 입법비상상태
'룰없는 총선, 깜깜이 선거' 120일 대장정 개막
드디어 제20대 국회의원 총선 선거전이 15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120일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를 2년여 남기고 치루어지는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의 원내 과반의석 유지 여부에 따라 박 대통령과 여권의 국정 주도권이 좌우될 것으로 보여 여야 모두 명운을 건 총력전을 다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유지한다면 박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에도 장악력을 어느 정도 유지한 채 안정적 국정 운영을 펴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과반을 잃는다면 남은 국정 과제의 추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여권 전체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과반 의석을 얻으면 입법권과 예산 심의권을 최대한 활용해 여권의 독주를 견제하고, 정권 후반기 실정에 대한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 강력한 견제로 박 대통령의 지도력에 상처를 냄으로써 정권 탈환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도 패배하면 3연패의 수렁에 빠지면서 야권과 이른바 '좌파세력' 전체가 장기 침체로 가면서 차기 대선 목표인 정권 탈환에도 '빨간 불'이 켜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이번 총선 성적표는 2017년 대통령선거 판세와 후보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분기점이자 방향타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여야 지도부와 '잠룡'들의 지략 대결 결과도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은 아직 선거구조차 결정되지 않고 각 당의 공천 룰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전을 시작함에 따라 사상 유례없는 혼돈의 레이스가 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연말까지도 선거구가 결정되지 않아 현행 선거구와 예비후보가 모두 법적으로 무효가 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야권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신당 추진 선언으로 또다시 분열을 시작, 공천룰 확정은 물론 현 소속 정당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계제로'의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안철수 신당'의 출현은 지금까지 양당 대결 구도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의 재편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 놓음에 따라 총선 전망의 불가측성은 한층 짙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안철수 신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해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의 일여다야 구도를 만들지, 아니면 덩치를 키우는 데 실패해 18·19대 때처럼 양당 구도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신당 성패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는 한동안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야권신당이 주요 정치 세력으로 성장해 다자 구도를 만든다 해도 이후 새정치연합과의 막판 재합당, 선거 연합 등 모든 합종연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신당 변수'는 선거 막판까지도 전국적 판세를 가를 중대 변수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같은 변수들의 영향으로 이번 총선은 선거일 당일까지도 판세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사상 최대의 '깜깜이 선거'가 될 수도 있다.
입법비상상태, 정의화 국회의장 ‘특단조치’ 언급
제1야당이 안철수 탈당으로 거의 ‘멘붕상태’에 빠져 당무는 물론 국회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고 대통령은 작심한 듯 국회를 질타하는 가운데 사실상 국회는 국가비상상태에 준하는 ‘입법비상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은 15일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이 연말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태를 막고자 획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준비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이자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인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획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정 의장은 '특단의 조치가 직권상정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 그렇게 안 하면 선거가 안 될 수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직권상정을 위해 지정하는 심사기일의 시점에 대해 "법적으로 입법 비상사태라고 인정할 수 있는 시점이다. 그러니까 연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여권에서는 오는 28일이 심사기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을 위해 현재까지 여야로부터 나와있는 모든 안들을 소관 위원회에 상정해 심사 기일을 지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 의장은 어떤 안들을 상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다 나와 있는 안들이다. 여야가 주장하는 안과 '이병석안'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여야가 정개특위 활동 시한을 연장하지 않거나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전행정위원회가 소관 상임위가 된다. 한편 정 의장은 자신이 법안 처리와 관련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의 비판에 대해 "직무유기를 안 한 사람에게 직무유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의 배설일 뿐"이라며 "참기 어려운 불쾌감을 갖고 있다.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