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탈당 굳힌 듯, 문재인 버티는 이유는?
야권 지각변동 전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전 공동대표)가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안 철수 의원의 탈당은 다른 의원들의 연쇄탈당 도미노 →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 야권 정치 지형 재편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정치권의 지각변동과 판갈이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의 대표시절 핵심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이날 모 언론에 "안 전 대표와 장시간 얘기를 나눴다"면서 "안 전 대표가 탈당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지난 6일 혁신전대를 마지막 제안이라면서 재차 촉구했으나 문 대표가 다시 거부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에 이미 상황은 끝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문재인 대표측의 기류를 전달받으면서 가까운 다른 주변 인사들에게도 "탈당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의원은 오는 13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거취를 비롯한 당내 상황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안철수 의원은 당초 10일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수도권 의원 및 중진들의 중재안 제시 등 당내 흐름을 관망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주변 만류에 따라 입장표명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 당장 신당 세력과 결합하기 보다는 당분간 혼자 제3지대에 머물며 여러가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게 되면 비노(비주류)세력을 중심으로 대규모 탈당 도미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새정치연합의 분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왕에 새정치민주연합을 이탈한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이 독자적으로 신당을 추진중인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새로운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내년 4·13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발(發) 야당의 지각 변동은 내년 총선의 지형 변화는 물론 2017년 대선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이 “13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11일 주류·비주류 의원들 모두 긴박하게 움직였다. 특히 비주류 의원 수십 명은 김한길 의원실을 수시로 드나들며 얘기를 나눴다. 김의원은 주변에 함구령을 내리고 본인도 침묵했다. 비주류 측은 안 의원 탈당 시 동반 탈당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 탈당 시 거취와 관련해 “고민하고 있다”며 “유권자가 문 대표의 변화 없이는 안 된다는데 어디로 가야 하겠느냐”고 말했다. 비주류 핵심 의원은 “선거구 획정이 안 된 상태여서 안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당장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김한길·박지원 의원이 나가면 상당수가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가 안 의원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의원 탈당 시 본인도 탈당할 것이라고 말해온 문병호 의원, 호남의 유성엽·황주홍 의원 등도 동조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많다. 유 의원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가칭)국민회의’의 13일 창당발기인대회 때 축사를 한다.
안철수 의원이 오는 13일 자신의 거취를 밝히는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주말 문재인 대표와 최종 담판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은 두 사람의 만남 가능성을 일축했다. 송 의원은 "이미 탈당 쪽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만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주류측 수도권 의원도 "안 전 대표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가 탈당쪽으로 정황이 굳어진 것 같다"고 말했고, 다른 중진 의원도 "현 시점에서 안 전 대표가 탈당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건너간 상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결행할 경우 새정치연합의 총선 전망에 '빨간 불'이 켜지는 만큼 당 주류나 수도권, 중진 의원들이 안의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휴일 기자회견 직전까지 안의원 설득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의원의 기자회견에 앞선 문 대표의 전격적인 입장 표명 여부도 최종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안의원의 탈당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에서 자신의 기자회견 일정을 이틀이나 앞서 공지한 것도 문 대표의 입장 변화나 극적인 막판 대타협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버티는 이유
한편,문재인 대표는 11일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가 비주류에서 중도 및 중진들로 확산됐지만 자진 사퇴와는 선을 그으며 '물갈이 공천' 준비에 착수했다. 주류 측에선 "문 대표가 떠밀려 사퇴할 경우 친노(親盧) 지지층의 거센 반발이 존재하고 있다"며 "문 대표의 정치적 처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이면서 문 대표 사퇴를 반대하는 의원들도 "문 대표 사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약 20%의 강고한 지지율을 형성하고 있는 친노 성향 지지자들"이라고 하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그만두라는 측에선 호남 민심을 말하지만, 문 대표가 물러난다면 회복된 호남 지지율만큼 친노 지지자들이 당을 떠날 것"이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설치를 의결하는 등 '마이웨이' 방침을 분명히 했다. 중진 의원들이 자신의 사퇴를 전제로 한 문(재인)·안(철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제안한 것에 대해 문 대표는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하는 등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표 측은 "당내 중진들의 중재안이라는 것도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안 의원과의 합의가 없는 일방적 대표직 사퇴는 당을 무질서로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비주류 측에선 "친노 세력 등 '자기 식구' 공천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당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권을 놓기 싫어서 대표직을 고수한다는 얘기다. 또 현 상황에서 떠밀리듯이 사퇴하면 향후 대권 경쟁에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주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향후 대권을 의식해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결심' 에대해 전문가들은 “어차피 이럴바에야 안철수의 정치생명 연장으로 보아서는 ‘탈당’하는 것이 차라리 낳다. 그렇지 않아도 수차례의 ‘간보기 철수’ ‘늘상 추진했다 후퇴하고 빼든 칼 도로 집어넣는 용두사미 도루묵’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데 또 빼든 칼을 집어넣어 버리면 그야말로 이번에는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안철수가 살려면 그야말로 야권만 보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보고 큰 결정을 해야 한다. 야권을 분열시켰다는 책임이 불거져도 그것은 문재인 대표 세력의 변명, 덮어씌우기일 뿐이고 야권지지자들과 호남민심이 등돌린 이유를 모르는 당내 수구 기득권 세력들의 모함일 뿐, 분열이야 박주선, 천정배도 하지 않았나? 안철수가 이번에도 그런 세력들에 눈치를 본다면 그야말로 그의 정치생명은 끝난다”라고 입을 모았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