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상균 법집행 하루 연장- 국민혈세 낭비, 인근 시민고통 심각
조계사에 진입해 9일 한상균을 체포하려 한 경찰이 조계종의 제안을 받아들여 영장집행을 연기했다. 이것은 극단적인 상황을 피해보자는 양측의 판단이 접점을 찾은 결과로 보이나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 현행범인 범죄자에 대한 ‘국민의 국가가 집행해야 하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일종의 정치적 관용을 하루 베푼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경찰은 전날 한 위원장에게 통보한 자진 출두 시한인 9일 오후 4시를 앞두고 오후 3시께부터 조계사에 경찰력을 투입,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 진입로를 확보한 뒤 체포작전 돌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조계종의 최고수장으로 볼수있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열어 "내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경찰에 작전 중단을 요청했다. 경찰은 내부 논의 끝에 이 제안을 받아들여 체포 작전을 연기했다. 경찰은 애초 이날 오후 5시 한 위원장의 체포영장을 집행하기로 하고 그에 앞서 조계사 주변을 경찰력으로 에워쌌다. 조계사 측에 관음전 출입문 잠금장치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여의치 않으면 강제로 문을 연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복 체포조가 작전개시 명령만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경찰 수뇌부가 작전연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불교계에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자는 내부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한 위원장 신병에 관한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면담요청을 거부했을 만큼 강경한 입장이긴 했지만, 조계종의 최고수장이 명시적으로 경찰의 조계사 진입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작전 실행의 후폭풍에 대한 부담도 작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며 종단차원에서 경찰력 투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이는 불법폭력시위를 자행한 민주노총 측에 조계종 스스로의 권위를 찾지 못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날 일부스님들과 종무원들의 저항에서 보듯 사찰에 공권력이 투입되는 일 자체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이 크고, 한국 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최고 책임자가 영장 집행 연기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경찰로서는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공권력 집행을 경찰로써도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조계종 역시 한 위원장이 계속 머무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한불교 조계종 총본산'으로 불리는 상징적 사찰에 공권력이 투입되고, 이를 막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벌어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는 듯 하다. 결국 10일 정오까지 남은 시간 동안 조계종이 한상균을 설득해 경찰에 자진 출두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상균의 체포영장을 엄정히 집행하겠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 공권력의 존재와 의미가 없어진다'는 경찰 스스로 있을 수 업보를 지게 된다.
한상균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중단되기 전에는 조계사를 나갈 수 없다'는 억지입장을 밝혔지만, 총무원장이 직접 시한을 못박으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이상 경찰이 엄정 법집행을 하는 것 이외 다른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지는 10일 오전 정오까지 조계종이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이 되어 버렸다. 조계종이 경찰 진입을 전면에 나서 막아준 만큼 한상균과 민주노총에도 부담이 가해지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오후 9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자승 스님의 제안과 경찰의 반응에 대한 입장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행범 한상균 1인 때문에 23일간 2억6000만원 국민혈세 펑펑
한편, 한상균이 조계사에서 법집행을 거부하며 ‘버티기’에 돌입한 지난 23일 동안 무려 2억6000만원의 국민혈세가 펑펑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치안활동에 투입되어야 할 경찰력(연인원 1만2000여명)이 한상균의 도주를 차단하기 위해 조계사 현장에 배치되면서 경찰식비, 대기차량 연료비 등으로만 이같이 막대한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8일 한 경제전문 언론이 입수한 ‘조계사 배치 경찰력 소요예산’ 자료에 따르면 한상균이 조계사 은신을 시작한 지난달 16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예산은 모두 2억6844만원에 달했다. 체포영장을 거부하는 1인 피의자의 도주를 막기 위해 사상 유례없이 형사100여명, 기동부대 8개중대 640여명 등 막대한 인적·물적 부담을 감수하는 상황인데 이 모두가 국민의 혈세다.
구체적으로 조계사에 배치된 기동부대 식대 등으로 지출된 비용이 총2억3344만원에 이르고, 수사 경찰관들에게서 발생한 지출도 3500만원으로 파악됐다. 평균 80명(버스 3대)으로 구성된 기동부대 1개 부대가 하루에 쓰는 예산총액은 178만2000원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이동을 위해 동원되는 기동대 버스차량 3대가 난방장치를 가동하기 위해 종일 공회전을 하고 있어 평균 디젤 70ℓ(30만8200원)가 낭비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상균의 초법적 버티기로 인해 교통·방범 등 연말연시 치안활동에 투입돼야 할 기동부대 대원들이 1인당 식대 등으로 2만7000원씩 속절없이 인력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비과·형사과·수사과 등 핵심적인 경찰인력이 대거 조계사로 쏠리면서 정작 민생 치안과 수사업무에 공백이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루종일 인근 상인들 불편, 조계사내 신도들 불만, 주변 좌파, 보수 옥신각신 물리적 충돌
한상균 검거작전이 하루 연기되는 가운데 조계사 내부는 물론, 조계사 주위도 하루종일 긴장감과 시민 충돌도 잇달았다. 오후 4시 경찰 투입 시간이 임박 경내로 진입하는 경찰에 맞선 조계사 직원이 갈빗벼가 부러진 듯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다행히 저녁시간 퇴원했고 한상균 검거를 막는 민노총 조합원들이 남대문 경찰서에서 불법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저녁시간에 이르러 자승총무원장의 요청으로 경찰 진입이 하루 늦추어짐에 따라 더 큰 충돌은 없었지만 조계사 인근 상인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시위로 인해 불가피하게 대기하는 경찰버스 진입으로 상인들은 퇴근도 하지 못했으며 하루종일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의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다.
퇴근시간 인근 시민들의 교통혼잡도 말이 아니었다. 법을 어기는 한상균 한 사람 때문에 겪는 조계사 신도들과 인근 시민들의 고통은 비용을 떠나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저녁 7시 무렵, 조계사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리던 한 민주노총 관계자의 입에서는 역한 술냄새가 풍겼고 "절에 못들어가는 나라가 나라냐?"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사실상 한상균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 작전상 막고있는 것이지 사찰에 못들어갈 이유는 없다. 기자가 그를 사진찍자 마자 그는 들고 있던 피켓을 내렸다. 정정당당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