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작심 정치권,야당 비판
박근혜 대통령은 8일 노동개혁법안 등의 처리 지연과 관련, "국회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채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돼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고 있는 동안 우리 청년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정치권을 강력히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두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회가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정반대로 해 노동개혁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국민의 열망은 실망과 분노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야당의 참여정부 집권시절 정책까지 거론하면서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을 반대하는 야당을 작심 성토했다. 프랑스·체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인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여과 없는 표현을 동원해가며 절박한 심경을 환기시킨 데 이어 야당에 대한 압박강도를 더욱 높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국무회의서 공개적으로 법안 처리와 관련해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지난달 10일과 24일 국무회의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와 이어질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다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법안이 자동폐기될 수 있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민의 일자리와 삶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법안들을 야당이 가로막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까지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해 국회와 정치권이라는 말로 에둘러 비판했으나, 여당이 박 대통령 뜻에 호응해 총력전에 나선 상황에서 정기국회 막판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나선 야당에 화력을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 "노동시장 개혁 거부는 청년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라는 표현을 써가며 사실상 야당을 겨냥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련해 야당이 집권 시절 추진한 내용을 입장이 바뀌어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교육과 의료를 포함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수차례 발표한 점을 들며 "집권하던 시절에 적극 추진하던 정책을 이제 와서 반대한다면 과연 누가 그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년 연설에서 일자리를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분야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라며 "이제 와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하자고 하면서 법통과를 안 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보건의료 분야는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이고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만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막가 있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결국 우리만 뒤떨어지게 될 뿐"이라고 역설했다. 지금까지 법안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주요 내용 및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를 동원한 데서 한 발 나아가 야당의 반대 논리에 대해 공개적이고 직접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기업활력제고법과 관련해서도 "공급 과잉과 수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스스로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할 경우 정부가 지원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더 튼튼하게 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국무회의가 애초 청와대와 세종시를 영상으로 연결하는 국무회의로 잡혀있다가 국무위원들을 모두 청와대로 소집한 일반 국무회의로 전환됐다는 점에서도 박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박대통령은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약속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도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가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발전법, 테러방지법, 기업활력제고법, 북한인권법을 비롯해 남아있는 주요 법안들도 국민께 약속한 대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전국의 청년들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면서 노동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 정치권도 당리당략적인 것은 좀 내려놓고 이렇게 우리 국민의 삶을 위하고 희망과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나서주길 대통령으로서 호소드린다"고 간곡히 당부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우리는 그동안 많은 국가들이 위기가 눈앞에 닥친 후에야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 개혁에 나서거나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다 개혁의 시기를 놓쳐서 국민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면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아왔다"며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낡은 노동시장 구조를 고집하면서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청년들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정치권에서 온통 선거에만 신경쓰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의 이런 모습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선거에서 선택을 하는 것도 우리 국민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 국회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라며 "이제 정기국회가 하루밖에 안남았는데 하루만이라도 정치적 논란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여야가 처리하기로 약속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