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원들, “지뢰도발 청와대, NSC대응- 오락가락,너무늦다” 질타 <한민구 장관 참석 국회국방위 긴급현안 보고>
여야 의원들은 12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사건'과 관련해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우리 군의 미흡한 대응과 책임문제를 놓고 설전을 이어갔다. 의원들은 우리 군이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도발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말로만 그칠뿐 즉각 대응이나 원점 타격은 전혀 없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사건 발생 다음날 통일부가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의한 사실과 청와대의 NSC(국가안보회의)가 사건 발생 나흘만에 뒤늦게 열린 점도 논란의 중심이 됐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합참이 발표했는데 확성기 방송 재개한 것을 혹독한 대가라 생각할 국민이 있겠나"라고 따졌다. 또 "국방부가 사고난지 48시간이 지나 합동현장조사를 했는데 그 사이인 8월5일에 북한 경원선 기공식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고, 이희호 여사가 평양에 갔으며, 우리 정부는 남북고위급회담을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한에 제안하는 세 가지 사건이 있었다"며 정부의 '오락가락'한 대북메시지가 혼란스러운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상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 이 사건을 언제 보고받았는가? 우리 군하고 통일부 사이에 전화 한 통도 안하는 것 아닌가? 전날 북한군이 지뢰도발을 해서 하사 두 명이 중상을 입었는데 다음날 통일장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면서 "좀 정신나간 짓 아닌가"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NSC는 뭐하는 사람들이길래 8월4일 북한 도발 가능성이 큰 걸 알았는데 NSC가 8월8일에 열렸나? 보복시점도 다 놓쳤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의원은 "지난번 노크귀순, 숙박귀순과 연관지어서 DMZ 경계가 부실하고 실패한 게 아니냐"면서 "사고가 일어나고 1주 가까이 돼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지었는데 너무 시간이 걸린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도 혹독한 대가를 말하는데 '종이호랑이'로 그치지 않도록 한번 공격시 엄청난 보복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지뢰매설로 아군이 상해를 입은 것과 확성기방송은 대칭관계가 아니다"라고 군 대응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예비역 장성 출신인 송영근 의원은 "이 사건은 천안함, 연평도 때도 그랬고 이제까지 우리가 제대로 된 응징보복을 못해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은 "북한의 의도적 도발로 판단됨이 명백한데 그렇게 판단된 상태에서도 대통령께 직접 보고한 사실이 없나?"라며 "그럼 국방장관이 대체 대통령께 직접 지휘보고 하는 사항은 뭐가 있느냐?"고 따졌다. 백군기 의원은 "국가통수권 차원에서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는 반성해봐야 할 소지가 많다"며 "항상 당하고만 마는 것이 국민은 답답한 것"이라고 소리쳤다. 이어 "8월5일 북한소행을 확실히 인지했는데 NSC가 8일 열린 것은 비통한 일"이라며 "8월5일 북한 소행임이 판명됐는데 어떻게 그날 큰 남북간 이슈가 된 일들이 이뤄졌나? NSC는 4일 밤중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했다.
또 "장관이 대통령과 통화 한번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소통을 해야한다. 이러니까 안보-통일 컨트롤타워가 무너졌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대통령이 5일날 이 상황을 아셨는지 모르겠다. 제 느낌은 NSC 회의 전까지 모르셨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진성준 의원도 "연평해전 당시에는 7시간만에 NSC가 소집됐는데 왜 이번엔 사건발생 나흘만에 소집됐나? 이는 직무유기"라며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렇게 국방부 따로, 통일부 따로, 대통령 따로 갈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우리 군에 대한 '책임론'을 놓고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은 "지뢰 매설 특이동향을 포착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못 막았다"며 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윤후덕 의원도 "우리 수색로에 매복지뢰가 설치될 정도로 방치된 상황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묻고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라고 가세했다. 반면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결국 우리가 기습을 당했지만 사고난 다음 현지 장병들의 상황조치나 상급부대의 지휘조치는 완벽했다"며 "이번 일은 포상까지는 그렇지만 격려 대상이지, 어느 누구에게 책임 물을 소재는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한민구 장관은 "현 상황은 책임 운운하기보다 우선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장병들이 임무수행을 잘 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장관의 우선 책무"라며 "그런(책임소재) 문제는 추후 필요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NSC에서 상황을 정리해 대통령께 보고드리는 체계이기 때문에 별도로 보고를 안 드린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NSC를 통해 충분히 적시에 다 보고를 받으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4일 10시 지뢰사건 첫보고…9일까지 4번 상황보고"
한편, 청와대는 12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사건이 발생한 4일부터 9일까지 네차례에 걸쳐 사건의 진행상황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4일 최초보고는 위기관리센터를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고, 오전 7시35분∼40분 사이 지뢰폭발 사건이 발생한 뒤 당일 오전 10시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치권을 중심으로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을 둘러싼 정부의 늑장·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지자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4일 오전 DMZ 수색작전 투입반에 미상의 폭발물이 발생해 부상자 2명이 방생했다는 최초보고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두번째는 다음날(5일) 오후 이것(지뢰)이 미상폭발물이거나 유실된 게 아니고 1차 현지조사결과 목함지뢰로 추정되며 확실한 합동조사를 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보고를 (김관진) 안보실장이 했다"고 공개했다. 또한, 박 대통령에 대한 3차 보고는 지난 8일 안보실장 주재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개최 이후 당일 저녁에 이뤄졌고, "이 때(8일 저녁) 비로소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라는 보고가 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이어 4차 보고는 9일 NSC 상임위 회의에 따른 국방부의 향후 조치 계획 및 세부 결과 보고 등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