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해 함대함미사일 3발 발사
북한이 9일 동해 원산 호도반도 부근 해상에서 KN-01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후 이날 4시 25분부터 5시 23분까지 동해 원산 호도반도 부근 해상에서 북동방향으로 KN-01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함참은 북한의 함대함 미사일 발사에 대해 지난 2월 6일 동해에서 김정은 참관 하에 발사한 미사일과 동종이며 성능 개량을 병행한 무력시위성 발사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전날에 이날에도 자신들이 주장하는 영해를 침범하는 남측 함정에 '조준타격'을 하겠다는 위협을 남북간 군 통신 채널을 통해 연이틀 우리 측에 가해왔다. 위협성 통지문은 서해 군통신선을 통해 왔으며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내왔다.
특히 북한은 이날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해 사실여부를 놓고 군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개발완성된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발사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북한은 잠수함에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처음 이뤄진 것이며 성공을 했다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한 국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동안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지상과 해상에서만 실시해왔다. 특히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하면 핵무기 못지않게 한반도의 새로운 위협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러시아가 1958년 건조해 1990년까지 운용한 골프급 디젤 잠수함을 수입해 해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신형 잠수함을 건조했으며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에 정박해 있는 장면이 위성에 포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만재배수량이 2500t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 이 잠수함의 선체 윗부분에 수직발사관을 장착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둥근 형태의 구멍을 천으로 덮은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북한은 작년부터 신형 잠수함에 탄도미사일 발사용 수직발사관을 장착하기 위한지상, 해상 시험을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수직발사관을 일단 잠수함에 장착한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 군보다 10년 이상 앞서 잠수함에 수직발사관을 장착한 수준에 도달한 셈이다. 우리 해군은 오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수직발사관을 탑재한 3000t급 잠수함 6척을 전력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면 위로 솟아오른 탄도탄의 로켓 추진장치가 점화되어 장거리 비행한 수준이 아니라 잠수함내 발사 플랫폼(발사관)을 이용해 물 밖으로 튀어나온 수준의 단계라고 평가하고 있다. 비행시험이 아닌 사출 단계의 시험으로, 비행 거리는 100여m를 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지난 1월 신포조선소 인근의 앞바다에 수직발사관 수중 사출시험 설비를설치하고 사출시험을 했을 때도 수십m 까지만 튀어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험은수직발사관 개발과정에서 두 번째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국방부는 북한의 잇따른 군사 도발 위협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히 응징한다는 입장이다. 최윤희 합참의장도 지난 8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과 긴급 협의를 한 데 이어 이날에는 주요 작전사령관과 화상 회의를 하고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를 찾아 북측 도발시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한미 연합전력으로 강력한 억제 및 대응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SLBM은 최첨단 기술…"北 개발 성공 믿기 어려워"
핵무기는 크게 전술핵(Tactical Nuclear)과 전략핵(Strategic Nuclear)으로 구분된다. 전술핵은 교전중인 상대발 부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인 반면 전략핵은 부대가 아닌 적대국 자체를 겨냥한 것이다. 대도시의 공업 중심지나 도심 자체를 파괴하기 위한 것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폭격기 그리고 북한이 이날 발사 성공했다고 주장한 SLBM이 여기에 속한다.
북한은 이미 ICBM을 개발 중이며, 핵탄두 소형화 기술력에서도 상당 수준의 능력을 갖췄다고 한미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반면 SLBM의 경우 불과 지난해부터 북한이 이를 개발 중이라는 관측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외교안보 전문 온라인 매체 워싱턴프리비컨(WFB)은 지난해 3월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SLBM을 보유 중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러시아로부터 옛 소련제 SS-N-6 SLBM을 은밀히 사들였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되며, 북한의 SLBM 보유 가능성이 주목됐다.
같은해 10월 북한 군사·정보 전문가인 조지프 버뮤데스는 존스홉킨스대의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 기고문에서 "신포조선소 남쪽에 미사일 수직발사장치 실험용으로 보이는 시설이 인공위성 사진에서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 시설이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수직발사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기에 적합하다는 분석이었다.
북한이 실제로 SLBM 발사에 성공했다면, 한미 군 당국으로서는 북한의 핵무기 다종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미군 고위 관계자들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능력이 ICBM을 실전배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하는 듯한 발언들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북한이 ICBM에 이어 SLBM까지 갖췄다면, 북한 스스로 밝혔듯 "세계적 수준의 전략무기"를 보유하게 된 셈이다. 북한은 22척의 로미오급 등 약 70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을 대량 보유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SLBM 발사 기술을 북한이 과연 갖췄겠느냐는 회의적 평가가 아직까지는 우세하다.
탄도미사일 가운데 가장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세계에서 극소수 국가만이 SLBM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SLBM 탑재 잠수함을 운용중인 나라는 미국과 영국, 러시아가 있으며, 중국과 프랑스도 개발 중이거나 이미 전력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지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의 경우 공간 제한이 없는 만큼 기술 수준이 높지 않지만, 잠수함 발사용 탄도미사일은 공간이 한정돼 있고 특히 수중 발사의 경우는 다년간의 개발과 수많은 발사시험을 거쳐야 가능하다는 평가다. 전략 핵무기 개발을 꾸준히 추진 중인 북한 입장에서 SLBM 개발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맞겠지만, 실제로 한차례 시험발사를 실시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SLBM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