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들 올스톱, 100여개 법안 날린 ‘네탓 무능 국회’
공무원연금 개정안 처리 무산 후폭풍으로 연말정산 보완 대책과 민생 및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올스톱’되면서 정치권이 또다시 민생과 경제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를 요구하며 국회 본회의 보이콧을 주장했던 야당 의원들에게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7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국회에 계류된 100여 개의 민생 및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이 중 소득세법 개정안의 경우 오는 11일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않을 경우 5월 중 연말정산 보완 대책에 따른 세액 환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말정산 소급 적용과 관련한 신청 절차부터 세액 환급까지 2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말정산 보완 대책의 적용 대상자가 전체 연말정산 대상자인 1619만 명의 39.4%인 638만 명이며, 환급 세액의 규모도 456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소득세법 개정안이 제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제2의 연말정산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야당도 환영 의사를 밝힌 상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하도급법상 수급 사업자의 범위에 중견 기업을 포함하는 하도급거래공정화법, 특수 형태 업무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사유를 구체화하는 내용의 산재보상보험법,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도 한꺼번에 ‘된서리’를 맞았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한 합의가 안 되면 다른 모든 사안까지 연계시키는 한국의 후진적인 정치 행태 때문이다.
또 ‘침략역사 및 위안부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 아베 총리 규탄 결의안’,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규탄 결의안’ 등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안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여야가 11일부터 5월 임시국회를 개회하지만 각종 법안 무산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공방으로 민생 및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일제히 지연되면서 정치권이 최근 재침체의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는 경기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6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우상호 의원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 문구가) 안 될 경우 항의의 뜻으로 오늘 본회의를 보이콧하자”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외친다. “새정치민주연합 아웃이다. 장난하나? 누구 마음대로 50%? 세발의 피도 안되는 공무원들 때문에 국민연금을 건드려? 민생경제법안 빨리 처리하라! ”등 정치권에 대해 실망하다 못해 이제는 분노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안 누구말이 맞나? <보험료 인상 2배 vs 1% 포인트>
정부와 야당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분 부담 규모를 놓고 충돌했다. 여야의 공무원연금개혁 협상 과정에서 나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50%까지의 인상 문제를 두고 양측이 해석을 달리해서다. 정부 측은 야당의 주장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10% 인상하면 보험료가 두 배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1% 포인트 가량만 더 내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양측의 공방이 서로 다른 기금고갈시점 등 다른 기준을 가지고 펼쳐지는 등 논의를 위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공방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를 크게 올려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 소진을 현재처럼 2060년으로 보면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더라도 보험료율은 1.01% 포인트만 높여도 가능하다는 밝힌 바 있다. 정부 측이 언급한 보험료 두 배 인상 필요성은 기금고갈시점을 2100년도 이후로 현재 상태보다 장기간 늦춘 것으로 주장이 과장됐다는 것이 야당 측의 설명이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이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보험료율 1.01% 인상으로는 2060년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을 피할 수 없을뿐더러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특히 소득대체율 인상은 사회적기구를 통해 논의해야 하는 데 처음부터 못을 박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율(9%)과 소득대체율(40%)에서도 2060년에 기금이 소진되면 국민들은 종전 9% 보험료에서 2060년이 되자마자 소득의 21.4%를 내야 한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할 경우 기금 소진시점은 2060년으로 동일하지만 국민들은 소득의 25.3%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복지부는 기금고갈 시점으로 보는 2060년은 단순히 현행제도를 유지할 경우의 재정상태이지 목표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대한 국민연금의 고갈시점을 늦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그만큼 재원조달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미리 정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며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는 사태는 막아야 하며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은 이를 감안해서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정부 측의 주장이 다소 과장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연금 추계 전문가인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한 정부와 야당 측의 의견 대립과 관련 "양쪽이 다 과장해서 굉장히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이라며 "진실은 이 중간에 있다. 사실은 4~5 정도만 더 내도 10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는 게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