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아, 문제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이야 ! ”
<기자수첩>
종편TV들의 정치평론가들 중에는 필자가 아는 분들이 많다. 때로는 촌철살인의 평론으로 이름을 날리는 분들도 있지만 왠지 평론들을 듣고 있으면 저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닌데,,,하는 언급을 하는 분들도 있다. 이 사람들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스포츠닷컴, 추적사건25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언론들이 공무원연금법 개악합의에 대해 바른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었다. 국민들을 위해 공기의 사명을 다한 타 언론사들에도 찬사를 보낸다. 필자는 이번 공무원연금법 사태에 대해 그들이 짚지 않은 부분을 한번 언급하고자 한다.
이번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여야가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과 연계처리를 하므로 인하여 배보다 배꼽 키운 연금개혁안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던 가운데 결국 여야합의가 무산처리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울며 겨자먹은 듯 남미 방문 후 일주일 만에 첫 업무를 보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야 합의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한 근본 이유가 지금 연금 구조로는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 개악된 안이 여론의 질타로 무산처리 되었으나 김무성 대표를 크게 질타할 일도 아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국민연금 인상을 주장한 야당안을 수용하여 공무원연금 개혁과 연계시켰기 때문인데 국민연금액 인상 합의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부정적으로 보고 사실상 반대를 하였다. "국민들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여야 지도부가 2일 국민연금액 인상에 합의하자 청와대는 "명백한 월권"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법이 무산처리 되었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모두 잊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바로 “국회 선진화 법”이다. 국민연금법 인상에 직격탄을 날리면서도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합의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정부·여당의 개혁정책은 현 국회제도로는 야당이 반대를 하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법안만 놓고봐도 야당이 반대하면 무슨 수로 여당이 단독으로 통과를 시킬 수 있단 말인가?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합의하기로 한 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보다는 야당이 당리당략을 앞세우고 반대를 하면 그마져도 무산되었을 것이다.
아마 이렇게 되었다면 새누리당 내 일부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무능함을 질타했을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누구라도 어차피 시한내 합의를 못해도 질타의 대상이 되고, 여야 합의안으로 도출해도 질타를 받게 된다면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 내는데 진력을 하여 합의안을 만들어내고 질타를 받는 길을 선택하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는 김무성 빠는 아니다.
그러므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입장에서도 국민들을 위한 것이냐 아니냐만 놓고서 비판을 해야지 새누리당 지도부를 비판만 해서도 지나친 것이다. 야당 지도부가 호되게 질타당하듯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가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몰매를 맞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이번 공무원연금이 개혁이 개악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본다. 현 국회선진화법으로는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밖에 없는데 국회선진화법을 찬성한 바 있는 국회의장으로써는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는 짓인 직권상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법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현 제도상으로는 여야간 정치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것 밖에 다른 길이 없다. 정치적 타협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씩 주고받기를 해야 타협이 되지 않겠는가?
전쟁터 나간 장수가 쓸 수 있는 수가 막혔는데 무슨 수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면 이번 개악이 국민을 위해 다행히 무산처리 되었지만 다른개혁이라면, 여당 대표가 여당 뜻대로만 고집했더라면 그나마 합의가 이루어졌을까?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므로 여당이 국회 과반수를 넘었어도(국민 다수가 지지해도) 여야 합의를 해야 국회에서 통과되겠끔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있는한 어느 당이던지 국민이 원하는 안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국회선진화법을 찬성해서 통과시킨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하여 가장 피해을 많이 당하고 있다. 또 이 모든 피해를 국민이 당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하여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개혁 법안을 주고받기식으로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여당지도부에 대해서 비난만 하는 것도 문제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회선진화법부터 개정시켜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겠다는 4대 개혁은 모두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있는데 어떻게 또 노동시장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며 다른 이보다 더 힘든 개혁들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다른 개혁들은 공무원연금법 보다 훨씬 통과시키기 어려운 것들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놓고서도 노사정 대표들이 석달간 협상을 벌였지만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2년→4년), 저성과자 해고 요건 명확화 등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달 초 결렬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창출의 절박함을 부각시켜 노동시장 개혁을 시켜 보겠다고 하지만 국회 동의 없이 이루어 질 수 있는가?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4대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우선 국회선진화법부터 개정시켜야 할 것이다. 국회의 50% 다수결 의사결정을 회복시켜 놓은 다음에 정부가 4대 개혁을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고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처럼 여야가 주고받기식으로 개악을 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겉으로는 멀쩡해도 이 정치권 자신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민 민주주의 자체가 썩어있고 작동불능 상태”라고 필자는 본다.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국정을 주도하는 것은 힘들 것이고, 정치 개혁도 요원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4대 개혁을 이루고 성공한 정부로 남고 싶거든 정부·여당은 우선 합심해서 국민민주주의와 국회의 암초인 국회선진화법부터 개정시켜서 민주주의의 대원칙 다수결 50%를 회복시키기 바란다. 외과수술 잘하면 뭐하나? 내과도 문제인데,,,그나마 잘못 외과수술하다 멈춰 다행이다. 아직 국민은 죽지 않았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