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폭발 대비해야 한다.
백두산 화산폭발에 대비해야 한다는 가상 시뮬레이션이 화제다. 대게 가상적인 추측이나 상상은 전통적인 신문사의 기사작성 원칙에 어긋나 기사로 개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즈음 이 문제가 과학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스포츠 닷컴은 독자들을 위해 과학 기획특집으로 싣기로 했다.(편집부)...
우리 민족의 명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이 심상치 않다. 중국에서 통용되는 백두산(중국 명칭은 장백산)의 최고 높이는 2천750미터다. 80~90년만에 6미터가 높아진 것인데 측정 방식이나 기준의 다름에서 비롯된 차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백두산이 아래로부터의 어떤 힘에 의해 실제로 조금씩 솟아오르고 있는 것인지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09년부터 침강하던 천지 칼데라 외륜산이 융기를 시작하면서 백두산의 해발고도가 지난 해부터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한국과 일본 연구팀의 발표도 있었다.
백두산 천지 주변에 산재한 온천의 온도가 10여년 전만해도 보통 섭씨 60도를 오르내렸지만 최근에는 급격히 뜨거워져 83도까지 올라갔다. 온천에서 채취한 화산가스의 헬륨 농도는 일반적인 대기의 7배나 됐다. 지질 전문가들은 백두산의 해발고도, 온천수 온도, 헬륨 농도가 모두 상승 또는 증가하는 것이 마그마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며 휴화산인 백두산 화산이 활성화, 폭발할 조짐이 뚜렷해졌다는 증거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화산 분화의 전조인 지진도 2002년부터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물론 조짐만으로 폭발 여부, 폭발 시기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대비책 없이 흘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본의 화산전문가 다니구치 히로미쓰(谷口宏充) 도호쿠대학 명예교수의 주장은 매우 심각하다. 다니구치 교수는 리히터 규모 9.0이었던 2011년 3월 동일본 지진 때 생긴 판 운동의 영향으로 백두산이 분화할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니구치 교수는 백두산 폭발 확률이 2019년까지 68%, 2032년까지 99%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다니구치 교수는 역사적으로 일본의 지진과 백두산의 분화가 시기적인 연관성을 보여왔다고 말한다. 일본에 대지진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백두산이 대분화를 일으켜왔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사료에 따르면 백두산은 1천1백여 년 전인 930년에서 940년 사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로 인한 피해가 발해의 갑작스런 멸망과도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왕운기'에는 해동성국 발해가 926년 멸망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정확한 멸망 과정을 제시하는 대신 '흑룡'의 출현 등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흑룡이 백두산 폭발 시 분출된 엄청난 화산재를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사학자들도 있다. 고대의 기록인 만큼 오차 가능성이 커 백두산 폭발로 발해가 화산재와 용암에 묻혀버렸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당시 1천6km를 날아간 백두산 화산재가 일본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에서 발견했다는 다니구치 교수팀의 발표도 있었다. 그 뒤로도 백두산은 잠자고 있지 않았다. 1373년, 1597년, 1702년, 1898년, 1903년, 1925년 등 6차례나 분화했고 그 때마다 조금 앞서 일본에서 대규모 지진이 있었다.
만약에 백두산이 실제로 폭발한다면 그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1천 1백여 년 전의 규모로 폭발할 경우 반경 60km 이내 지역은 순식간에 용암과 화산재에 파묻혀 쑥대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폭발 후 2시간이면 양강도 혜산, 함경남도 신포, 함경북도 청진 부근까지 덮치고 8시간이면 울릉도와 독도에까지 도달한다. 천지 지하에 응축되어 있던 고밀도 이산화탄소가 폭발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질식사할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 최후의 날이 21세기에 다시금 재연되는 것이다.
백두산 화산폭발 시 예상되는 피해는?
60km를 벗어났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예상되는 피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홍수는 중국으로
천지가 담고 있는 물은 무려 20억톤 가량 된다. 현재의 지형과 지질구조로 추측해보면 백두산에 폭발이 일어나면 이 엄청난 물 폭탄은 북쪽 즉, 길림성 쪽으로 쏟아져 들어갈 확률이 크다. 천지를 둘러싼 외륜산 중 북쪽에 가장 깊은 골짜기가 있기 때문이다. 골짜기로 물만 흘러내리는 것은 아니다. 용암을 품은 진흙과 물이 함께 흘러내리는 라하르가 쏟아지면 그 지난 자리는 폐허로 변한다. 실제로 길림성 일대에는 1천1백년전 폭발 때 흘러내린 라하르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화산재는 일본으로
용암이 물을 만나면 급속도로 식으면서 지름 2mm이내의 미립자 화산재로 변하는데 한반도가 편서풍대인 만큼 일본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잿빛 화산재가 눈처럼 쏟아지는 광경을 보게 되는 것이다. 20km 상공까지 올라 간 화산재는 제트 기류를 타고 북위 60도 상공에 상당기간 머물 것으로 보이는데 태양을 가려 약 2도 정도 기온을 떨어뜨리고 동북아 항공노선은 폐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난민은 북쪽으로
갑작스런 자연재해로 터전을 잃고 공황에 빠진 수십만 명의 북한 난민들은 북쪽 국경을 넘어 길림성 등 중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동북 3성에 여기저기 난민촌이 들어서고 이틈을 타고 수백만 명의 탈북자가 생길지도 모른다.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다. 상상만해도 무시무시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먼저 나섰다. 양국 지질 연구진은 공동으로 기초 탐사를 거쳐 2018년까지 백두산에 시추공을 뚫고 마그마가 흐르는 지하 10km 근방을 샅샅이 조사하기로 했다. 마그마가 있는 지하의 7km 깊이까지 구멍을 뚫어 조사하는 것은 백두산이 처음이다. 또 2017년까지 백두산 지하 1만 km³ 이상의 지역에 대해 3차원(3D)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한중일 동북아 3국은 백두산 폭발 문제를 애써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매년 수백만이 찾는 백두산(장백산) 관광객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하느라 중국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주저해왔다.(하지만 내부적으로 원자바오 총리의 지시로 비밀보고서를 작성하게 해 이른바 '장백산 급변 보고'를 만들어 뒀다는 설도 있다) 한국 역시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풀어내지 못하면서 이 문제는 항상 뒷전으로 밀어왔다. 역사 갈등으로 한, 중과 불편한 관계인 일본도 그동안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오히려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진을 파견해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네팔 대지진 사망자가 5천 명을 넘어섰다. 이재민은 8백만명이나 된다. 여진 공포와 전염병 우려, 치안 불안에 30만명이 수도 카트만두를 떠나는 등 엑소더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첨단 과학이 지배하는 21세기라도 무시무시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미약한 존재일 뿐인가? 중국과 일본만 해도 매년 몇 차례씩 상당한 규모의 지진 발생으로 적지않은 인적, 물적 피해를 입고 있지만 다행히 그동안 한반도는 재앙에서 한 발 비껴나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무풍지대로 남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난 해 한반도에서는 51회의 지진이 일어났고 역대 4번째로 강력했던 리히터 규모 5.1의 강진도 있었다. 확실히 지진 활성기에 들어선 것이다. 일본 도쿄 앞 바다에서는 16개월 전 생겨난 용암섬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계속 팽창해 도쿄돔 52배까지 커지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쓰나미를 동반한 지진이 있었다. 백두산 폭발설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과는 다른 매우 과학적인 예측의 상상이다. 만약 폭발한다면? 이 문제를 대비함으로써 혹, 한중일 세나라와 북한의 새로운 질서와 대비, 혹은 다른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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