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강력한 '정치개혁'으로 난국 정면돌파” 하겠다.
중남미 순방 동안 고열과 복통에 시달렸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발표했다. 전날 귀국 직후 이 전 총리의 사표를 수리한 지 하룻만이다. 당초 하루 이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은 탓에 발표가 늦춰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4·29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전격 발표했다. 그 만큼 현 정국이 매우 위중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사태를 조기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A4 3장 분량으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입을 통해 전해졌고,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김 수석은 "공식석상에 나오기에는 무리가 있어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선 이완구 전 총리의 사의 수용은 국정공백 최소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사과' 대신 '유감'이란 단어로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검찰 수사 중으로 진실이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야권의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 발언의 방점은 엄정한 수사를 통한 정치개혁에 찍혔다. 메시지의 절반 가량을 "과거로부터 내려온 부정과 비리, 부패 척결" 필요성에 할애했다. 성완종 국면을 강력한 정치개혁을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성완종 파문은 현 정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연·학연·인맥 등의 그동안 만연한 우리 정치문화 풍토"에서 비롯된 것임에 무게를 뒀다. 현 정부의 대선 정치자금 문제로 몰아가고 있는 야당을 겨냥하며 정치권 전체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예고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무현 정부 당시 두 차례 이뤄진 성완종 특혜 사면논란에 대해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고 성완종 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되었다"고 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에는 성씨에 대한 의심스런 두 차례 특사가 원인이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면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은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고 있음도 대비시켰다. 특히 경제인에 대한 엄정한 사면 기준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검찰에 수사를 지시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박 대통령은 "특검은 현재 진행되는 수사를 지켜본 후 의혹이 남아있다면 여야가 합의해서 해야 할 것"이라며 선 검찰 수사 후 특검 입장도 분명히 했고, 공무원연금개혁의 시한내 처리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생법안의 처리도 정치권에 거듭 요청했다. 조속한 국정 정상화를 통해 개혁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박 대통령 발언에 여야가 감정적 발언까지 주고 받았다. 재보선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대치정국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