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완종 은닉자료 확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경남기업 측이 빼돌린 의혹 관련 증거물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성 전 회장 측근 인사의 신병 확보와 참고인 조사를 대체로 마무리한 검찰은 유력한 물증을 추가로 찾아내는 한편 이번 주 안에 메모('성완종 리스트') 속 정치인 8명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경남기업 비자금 수사 당시 은닉된 자료 일부를 압수수색 등을 통해 찾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메모 관련 의혹 규명 수사와 경남기업 관계자 등의 광범위한 증거인멸 및 은닉 행위에 대한 수사 등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경남기업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지난달 경남기업 건물에서 수사 관련 증거물을 광범위하게 빼돌린 혐의를 포착했다. 여기에 연루된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를 전날 구속한 데 이어 증거인멸에 공모한 혐의로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43)씨를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박 전 상무와 이씨 등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경남기업을 처음 압수수색한 지난달 18일에 몇몇 증거물을 빼돌렸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직전인 당일 새벽 이씨는 성 전 회장의 여비서 C씨에게 회장실에서 자료를 치울 것을 지시했고, C씨는 성 전 회장의 올해 1∼3월 일정을 담은 다이어리와 메모 등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1차 압수수색이 끝난 지 1주일 뒤인 지난달 25일에는 더욱 많은 자료가 대거 빼돌려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박 전 상무와 이씨 등의 말에 따라 경남기업 직원들이 비자금 관련 자료를 비롯한 다량의 서류를 파쇄한 뒤 사내 CCTV를 꺼둔 채 차량에 실어 빼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경남기업 측의 증거인멸 행위가 최근 추가 포착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자료의 폐기, 은닉 행위가 생각보다 확대됐다"고 언급했다. 특별수사팀은 경남기업이 지난달 빼돌린 자료 중 일부를 이달 15일 2차 압수수색과 21일 3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회장 비서가 빼돌린 다이어리와 메모, 그리고 경남기업 비자금 관련 회계자료가 포함돼 있다. 회계자료는 경남기업 재무부서 과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메모와 언론 인터뷰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등 유력 정치인 8명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밝힌 부분을 뒷받침할 '비밀 장부' 형태의 증거물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 7일 박 전 상무와 이씨를 대동하고 경남기업 전 부사장 윤모씨를 만나 2011년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대화를 나누고 그 내용을 복기한 기록도 이런 비밀 장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상무 등이 비밀 장부 형태의 기록을 숨겼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구속영장에 관련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팀은 이날까지 성 전 회장의 측근 인사로 분류할 만한 참고인들을 수시로 불러 의혹을 둘러싼 기초사실을 조사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씨, 비서 금모씨 등도 검찰이 참고인 조사 대상자로 분류한 인물들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메모 속 의혹을 유의미한 시점별로 구분하고 여러 참고인을 동시다발적으로 불러 심층 조사하고 있다"며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수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특별수사팀은 증거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를 통해 금품제공 의혹의 주요 시점별로 성 전 회장과 주변 인물의 과거 동선을 거의 복원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