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냉전후 최대 군사훈련’ 14일 시작, NATO국가들 초긴장
러시아가 심상치 않다. 러시아는 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동부 접경지에서 초대형 군사훈련을 시작한다. 러시아가 군사동맹 벨라루스와 함께 하는 이번 합동훈련의 이름은 '자파드'. 서방이라는 뜻의 러시아어다. AFP통신에 따르면 올해의 자파드 훈련을 가리키는 '자파드 2017'은 이날부터 20일까지 총 7일간 이어진다. 1주 동안 동원될 병력은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냉전 이래 최대' 군사 훈련이다. 러시아는 동원 병력을 1만2700명이라는 턱없이 작은 규모로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대테러용이자 "순전히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훈련 지역에 인접한 폴란드와 발트3국 등 EU·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국가는 이번 자파드 훈련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군사훈련을 빌미로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고 2008년 조지아 침공 때에도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훈련은 러시아가 지난 10년 동안 공들인 군 현대화 작업을 과시할 기회로도 평가된다. 게다가 훈련 반경은 유럽 극동부를 뒤덮는다. 일단 폴란드·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댔을 뿐만 아니라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스웨덴과 마주한 러시아 월경지 칼리닌그라드에서부터, 에스토니아에 가까운 도시 프스코프와 핀란드 코앞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까지, 훈련은 말 그대로 서방 인근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진다.
불과 25년 전까지만 해도 구소련권이던 폴란드와 발트국은 러시아군의 이런 광범위한 전개에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파드에 따른 침공의 '당사자'였던 우크라이나에 이번 훈련은 민감한 문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접경지에서 허구의 반군 조직을 내세워 일부러 군사충돌을 일으키고 또 해당 조직의 배후로 유럽국을 지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러시아는 이번 훈련을 테러 대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부 세력의 지원을 받은 "극단주의 조직"들이 테러공격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알렉산데르 골츠 러시아 군사 전문가는 러시아가 "모든 훈련에 있어서 단 한 가지 동일한 시나리오를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츠에 따르면 그 시나리오는 "병력을 신속하게 투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자파드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에 대해 "소위 러시아의 위협이라는 신화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는 오히려 미국의 위협에 대응해 군사훈련을 펼칠 정당한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나토를 동유럽으로 확장해 훈련을 진행하며 국경 일대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파드에 대한 서방측 반응은 아직 정제돼 있다. 하지만 영국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은 지난주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자파드는 우리를 도발하기 위해, 우리의 방위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이는 우리가 강해져야만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기회가 되는 때마다 우리를 시험하고 또 시험하고 있다. 러시아가 점점 더 공격적이 되고 있다. 우린 이에 대응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나토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고자 폴란드와 발트3국에 4개 대대 병력 4500명을 배치했으며 스웨덴은 1만9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20년 만에 최대 규모 군사훈련을 펼치고 있다. 이 훈련의 이름은 '오로라'로, 미국과 스칸디나비아반도 이웃국의 군대 역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우크라이나는 미국 및 나토 회원국과 함께 연합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