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메이 수상, 참사 후 나흘의 행적…"제정신이 아니었다“
지난 14일 새벽 런던 24층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 이후 테리사 메이 수상을 향한 분노가 거세지는 가운데 부수상급인 데미안 그린 국무조정실장은 참사 이튿날 저녁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그(테리사 메이 수상) 또한 우리 모두 만큼이나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4층에서 시작된 화염이 불과 2~3시간 만에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고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망연자실한 영국민은 쏟아지는 의문을 안은 채 시선을 정부로 향했다. 하지만 이 시선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메이 수상은 화재 발생 36시간 만에야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안전을 우려해 피해 주민을 만나는 대신 소방 관계자들만 만나고 떠났다. 돌아온 수상은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와 피해자들을 위한 75억 원의 긴급기금 약속을 내놨다. 다음날 언론들에선 소방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메이 사진과 메이가 떠난 직후 현장을 찾은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가 실종된 12살짜리 딸을 찾는 한 엄마를 끌어안고 위로하는 사진이 대비돼 실렸다. 보수당 각료를 지낸 마이클 포틸로는 콥니 대표가 했던 것처럼 피해자들을 만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병원들을 전전하며 가족을 찾았지만 정보 부족에 분통을 터트렸고, 집을 잃고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생존자들도 걱정들을 어디에다 얘기해야 할지를 몰라 분노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메이는 사흘째인 16일 다시 현장을 찾았다. 실종자 가족이 임시거처로 머문 교회를 방문했다. 40분간 이들을 만나고 나온 메이 수상은 교회 앞에서 기다리는 시민들로부터 '겁쟁이'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의 비난을 들으며 황급히 빠져나가야 했다. 교회 앞에서 시위를 한 시민은 메이 수상을 "물고기 같은 냉혈인"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다른 현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보수당을 지지하는 일간 텔레그래프는 "여왕의 눈에 물기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17일자 한 조간은 "현장의 두 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피해자 가족과 만나는 여왕의 사진과 경찰이 성난 시민들을 제지하는 가운데 황급히 차를 타는 메이 수상의 사진을 나란히 실었다. 결국 메이 수상은 17일 오후 피해자 가족들과 생존자들, 자원봉사자들 등 15명을 총리실에 불러 2시간 반 동안 면담했다. 나흘 만에 피해자들과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가진 셈이다.
메이는 면담 뒤 내놓은 성명에서 "이 끔찍한 재앙이 발생한 이후 처음 몇 시간 동안 도움이나 기본적 정보가 필요한 가족들을 위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들의 우려를 들었고 희생자 가족들과 생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 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행동을 지시했다"며 긴급기금을 즉각 전달하고 생존자 모두 3주 내에 인근에 새로운 집을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메이 수상을 만난 피해자 가족 대표는 "우리 요구사항들과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말했다. 우리 입장은 돌아가서 나중에 내놓겠다"고 말을 아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