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러시아, 북핵 대응 협력
프랑스를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양국의 정치 경제와 문화 협력뿐 아니라 한반도 긴장과 우크라이나, 시리아, 리비아 사태 등 폭넓은 주제를 논의했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은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뤄졌다. 특히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펼쳐진 마크롱 대통령의 외교 역량에 대해 국제적 관심이 쏠렸다. 마크롱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양국의 관계 개선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여러 문제에 이견이 존재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베르사유 궁전에서 정상회담 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프랑스는 북한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테러,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문제에 등에 대해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위기와 시리아 문제 해결 가능성을 논의했고 또 북한 핵문제와 미사일 프로그램 등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 등을 다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모든 문제에 대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반대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공동의 해결책을 찾기로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충돌을 포함한 논의에서 다소 이견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양국 관계는 이를 견딜만큼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여러 문제에 이견이 있었지만 우리는 최소한 이를 논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러시아와 파트너십 강화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시리아 내 화학무기 사용은 분명한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이라며 프랑스의 즉각 대응을 경고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에겐 매우 분명한 레드라인이 존재한다"며 "이는 화학 무기의 사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행동은 프랑스의 즉각 대응을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10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지난 4월 시리아 이들리브 주(州) 칸셰이쿤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국제사회는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공격의 배후로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우리의 절대적 우선 순위는 테러에 맞서 싸우는 것이며 테러리스트 단체, 특히 다에시(IS를 부정적으로 일컫는 명칭)의 근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시리아 내 우리의 행동 지침"이라며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정권과 관련해서는 "시리아의 국가 지위를 보존할 수 있는 민주적 과도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역 내 실패한 국가들은 우리 민주주의의 위협"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테러리스트 단체의 진전을 가능케 한 것을 봐 왔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전 군사적 개입에 따른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프랑스 대선 개입 의혹 등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동부 반군의 싸움을 종식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새로운 평화협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친(親)정부 성향의 러시아 언론 매체인 '러시아 투데이'(RT) TV와 '스푸트니크' 통신에 대해서는 "영향력과 기관 선전을 위한 조직"이라며 비판적인 어조를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도 두 매체가 '가짜뉴스'로 자신을 비방한다고 주장해 왔다.
체첸 공화국 내 동성애자 인권 문제도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체첸 공화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탄압에 대해 모든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는 지난 프랑스 대선 기간 껄끄러운 관계였다. 러시아 정부가 자국에 우호적인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선 결선투표 전날 발생한 마크롱 캠프의 해킹 사건에서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