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중도신당 ‘마크롱’, 극우 ‘르펜’ 결선진출
프랑스 대선은 중도신당 '앙 마르슈'('전진'이라는 뜻)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정당 국민전선(Front National)의 마린 르펜 후보 간 대결로 압축됐다. 24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가 집계한 1차 투표 공식 결과에 따르면 개표가 98% 진행된 상황에서 마크롱이 23.82%, 르펜이 21.58%를 득표, 각각 1, 2위로 사실상 결선진출을 확정지었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은 19.96%, 급진좌파 진영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라는 뜻)의 장뤼크 멜랑숑은 19.49%에 그쳐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이는 전날 발표된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출구조사에서는 마크롱이 23.7∼24%의 득표율로 1위로, 르펜이 22%로 2위로 결선에 오르는 것으로 전망됐다.
마크롱 후보 르펜 후보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 좌·우진영을 대표하는 기성 양대 정당(현재는 사회당과 공화당)이 결선투표 진출자를 내지 못한 것은 결선투표를 도입한 제5공화국 헌법 시행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정계 변방의 '이단아'들에게 주역 자리를 내준 사회당과 공화당은 6월 총선에서 1당과 2당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마크롱과 르펜이 격돌하는 대선 결선투표는 오는 5월 7일 진행된다. 결선에서는 마크롱이 르펜에게 압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 소프라 스테리아'와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전날 저녁 각각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오늘 당장 결선이 실시될 경우 마크롱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62∼64%로, 르펜(36∼38%)을 압도했다.
마크롱과 르펜은 향후 2주간 각각 유럽연합 찬성과 탈퇴, 개방과 폐쇄,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문화적 다원주의와 프랑스 우선주의 등의 이슈를 놓고 결선에서 마지막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결선진출에 실패한 대선 후보들과 주요 정치인들은 잇따라 결선에서 마크롱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극우세력의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는 뜻에서다. 피용은 출구조사 직후 패배를 인정한 뒤 마크롱을 지지하겠다고 밝혔고, 집권 사회당의 대선후보 브누아 아몽 역시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이밖에 작년 11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피용에게 패한 알랭 쥐페 전 총리와 현 베르나르 카즈뇌브 총리 등 거대 양당인 공화·사회당과 현 정부 주요 인사들도 속속 마크롱 지지대열에 합류했다.
마크롱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지지자 집회에서 "프랑스 국민이 변화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다. 우리는 프랑스 정치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1년 만에 프랑스 정치의 얼굴을 바꿨다"면서 "국가주의자들의 위협에 맞서 애국자들의 대통령이 되겠다. 여러분의 이름으로 프랑스와 유럽의 희망의 목소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르펜도 프랑스 북부 에넹보몽 지역의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이번 투표 결과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우리가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면서 "프랑스 국민을 거만한 엘리트들로부터 해방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만적인 세계화로부터 프랑스를 지켜내야 한다"면서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유산을 물려받은 마크롱을 집권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