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화력·강경대응'으로 아프간전 전략 수정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아프간전 전략이 초강경 기조로 급선회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목적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재래식 폭탄 가운데 가장 강한 위력을 지닌 공중폭발 대형폭탄 GBU-43으로 IS 근거지에 타격한 만큼 이젠 '질서 있는 철수'에 초점이 맞춰졌던 미국의 종전 아프간전 전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에 점차 무게가 실린다. 관측통들은 미군이 13일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 주의 IS 근거지에 핵폭탄에 버금가는 초대형 폭탄을 터뜨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 아프간 전략을 보다 공격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내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를 목표로 아프간 안보 책임을 아프간 군·경에 넘기고 미군은 교육·훈련 등 2선으로 물러난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행보라는 진단이다. 맷 개츠 미국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우리 군대에 대한 공격을 더는 참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우리 군을 공격하는 이들은 즉각적이고 강력한 보복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인도 PTI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이번 공격은 지난 8일 낭가르하르에서 미군 1명이 IS 호라산(아프간·파키스탄과 인도 일부를 아우르는 지역) 지부 소탕 작전중 사망한 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아프간에서 반군 소탕전 중 처음으로 미군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바버라 리(민주·플로리다) 하원의원도 GBU-43 사용은 16년 아프간 전쟁의 새 국면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군사력 증강에 대해 국민에게 해명해야한다"고 말했다. 리 의원은 이어 "어떤 대통령도 끝없는 전쟁을 위한 백지수표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9·11 테러 이후 대통령에게 부여된 대테러 무력사용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아프간에서 고화력의 폭격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번에 폭격을 받은 IS는 낭가르하르 산악지대에 제한적으로 근거지를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전의 주요 당사자인 탈레반은 아프간 국토 3분의 1 이상을 장악하고 1천만명의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파악되기에 폭격은 민간인 피해를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군은 2015년 아프간 북부 쿤두즈에서 탈레반 소탕전을 벌이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병원을 오폭해 의료진 등 42명을 숨지게 하는 등 민간인 오폭으로 곤욕을 치렀다. CNN방송의 안보 전문가 피터 버겐은 9·11 테러 직후 미군이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인 토라보라에 1만5천파운드(6천800㎏) 규모의 '데이지 커터' 폭탄을 투하했지만, 빈라덴을 제거하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대규모 폭격으로 승리를 끌어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조만간 아프간을 방문해 아프간 안보 상황을 평가하고 현재 8천400명 수준인 아프간 주둔 미군 규모 증감 필요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