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무부, 러시아에 "시위자 즉각 석방" 촉구
유럽연합(EU)은 공직자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 도중 체포된 수백명의 러시아인들을 “지체없이(without delay)”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영국의 BBC통신 보도에 따르면 EU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 경찰은 러시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는 권리를 막았다"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이어 "우리는 러시아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제 규범을 온전하게 지키기를 촉구한다. 구금 중인 평화시위 참가자들은 지체 없이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 역시 "평화적 시위 참가자들과 인권운동가, 기자들을 체포한 행위는 기본적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침해"라고 비난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같은 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26일 러시아 전역에서 벌어진 평화적 시위 참가자 수백 명을 체포한 것을 비난한다"라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러시아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하는 열린 광장과 무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부, 법 앞의 평등, 보복의 공포 없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26일 러시아 전역에서는 지난 2011~12년의 부정선거 규탄 시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동시 다발 시위가 열렸다.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최근 발표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 축재 보고서가 시위를 촉발시켰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공직자 월급으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대규모 부지와 고급 저택, 포도원, 요트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위대들은 메드베데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모스크바는 물론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블라디보스톡, 노보시비르스크, 톰스크 등 100여개에 근접하는 러시아 도시에서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1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부패 청산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들은 “푸틴 없는 러시아!”와 “푸틴은 도둑!”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거리를 행진했다. 이날 시위로 모스크바에서만 500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내년 대선 도전을 선언한 나발니도 이날 시위 장소로 향하던 중 체포됐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