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反이민 명령' 항고심도 제동
거칠 것 없이 잘나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재를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이 항고심에서도 패소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제9 연방항소법원은 9일(현지시간)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막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복원시켜 달라는 미 연방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은 계속 중단되게 됐으며, 해당 국적자의 입국도 계속 허용된다. 이번 재판은 지난 3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 제임스 로바트 판사가 워싱턴·미네소타주의 행정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반이민 행정명령을 일시 중단하라"고 밝힌 데 대해 미 법무부가 불복해 항소한 것이다.
반이민 행정명령 항고심 재판부왼쪽부터 리처드 클리프턴, 윌리엄 캔비, 미셸 프리들랜드 판사
항고심 재판부는 "입국 금지 조치를 재개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항고의 정당성을 연방정부가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반면, 워싱턴·미네소타 주들은 한시적 입국 금지 조치의 복원이 해당 주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증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가안보라는 공익과 자유로운 이동 간에 충돌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도 연방정부가 이 행정명령이 부분적으로만 이행될지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며 하급 법원(시애틀 지방법원)의 결정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일 열린 변론에서 법무부 변호인단은 "미국 대통령은 입국을 제한할 헌법적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런 조치가 테러리즘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는 그의 판단을 추측해서는 안 된다"며 즉각적인 행정명령 복원을 주장했다. 반면, 워싱턴 주 등의 변호인단은 "한시적 입국 금지조치는 주내 대학 등에 직접적인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위헌 소지와 함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 밸리의 120여 테크 기업들도 항소법원에 "이번 행정명령은 이민법과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에서 가장 리버럴한 것으로 평가받는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의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항고심 결정이 나오자 트위터에 "법정에서 보자"(SEE YOU IN COURT)며 "우리나라의 안보가 위험에 처했다"(THE SECURITY OF OUR NATION IS AT STAKE!)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고심 결정에 대해 "정치적"(Political)이라고도 비판했으며 "(대법원에서) 쉽게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CNBC가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이 행정명령에 대해 연방정부를 변호하고 있는 미 법무부 역시 항고심 결정을 살펴보고 있으며 '법무부의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대변인이 밝혀 대법원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이는 항소심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앞서 8일에도 "법원이 정치적"이라며 사법부 때리기에 나섰고, 시애틀 지방법원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에 대해서는 "'소위 판사'라는 자의 의견은 터무니가 없으며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나라를 열어줬다"며 대놓고 공격한 바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싸고 미국 내 여론이 찬반으로 팽팽히 맞서 있는 데다, 백악관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보여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사법부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