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대통령 공식취임 1일 전, 전세계는 ‘기대반 우려반’
트럼프 미대통령 공식취임 1일 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제45대 대통령 공식 취임을 19일(현지시간) 하루 앞으로 앞두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일 오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취임식을 하고 철저한 국익 중심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임기 4년의 새 행정부를 출범한다. 워싱턴 기성 정치와 무관한 억만장자 부동산재벌인 트럼프가 이끄는 '아웃사이더' 정권의 출현이자, 8년 만의 공화당 정권의 등장이다. 취임식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시작되는 축하공연 등 식전행사에 이어 11시 30분 개회사로 공식 취임식의 막이 오르며, 정오인 12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선서와 취임연설로 정점을 이룬다.
트럼프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성경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1861년 취임식 당시 사용한 성경에 손을 얹은 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할 것을 맹세한다"고 선서한다. 특히 그는 취임연설에서 '국민통합'을 골자로 한 '트럼프 정권'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을 통한 중산층 복원과 월가와 결탁한 기득권 정치의 전복, 철저한 국익외교 등도 주창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식에는 입원한 아버지 부시를 제외하고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 부부, 조지 W· 부시 부부, 버락 오바마 부부 등 생존한 전임 대통령 부부가 모두 참석한다.
취임식에 이어 트럼프는 의사당에서 대통령으로서 첫 식사인 점심 만찬을 의원들과 한 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의사당→펜실베이니아 애비뉴→백악관의 2.7㎞를 행진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저녁에는 3곳의 취임식 무도회에 들르고 21일에는 워싱턴내셔널 대성당에서 열리는 국가기도회에 참석한다. 미 대통령 취임식은 새 정권의 출범을 알리는 통합과 축제의 무대이지만, 이번은 분열적 대선 캠페인과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논란에 따른 정통성 시비, 민주당 하원의원 60명가량의 취임식 불참 등 안팎의 악재로 긴장된 분위기가 예상된다.
미 50개 주 전역과 전 세계 32개국에서 반(反) 트럼프 시위가 열리고 테러방지를 위해 백악관과 의사당 주변이 완전히 통제되는 가운데, 경찰과 주 방위군 2만8천여 명이 취임식 행사장 안팎을 지키고 시 외곽에도 7천800명의 병력이 추가로 투입되는 등 취임행사 내내 삼엄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시대'는 전후 70년 세계 질서가 시험대 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 무용론을 제기하고 유럽연합(EU) 흔들기에 나선 데 이어, 적대국인 러시아를 끌어들여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유엔조차 '사교 클럽' 취급을 하는 등 전후 질서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파리기후협정 등 미국 주도의 국제적 협약들이 줄줄이 폐기되거나 껍데기만 남게 될 공산도 커졌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선 최대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의 파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적으로 취임 즉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업적인 건강보험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대체법안 마련에 나서는 등 진보 정권 8년 지우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고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동에 나설 경우 G2 갈등이 격화해 그 파장이 한반도에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려반 기대반’의 전 세계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에 전세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모습이다. 중국, 러시아 같은 오랜 열강은 ‘세계의 경찰’ 미국이 사라진 군웅할거 상황을 스스로 새로운 패권을 잡을 기회로 삼고 있다. 패권국 미국의 질서에 순응해 오던 국가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소 신흥국들 역시 이들 열강의 동향을 주시하며 노심초사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제47차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자유무역을 주창한 건 국제 정세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자유무역의 상징이던 미국이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을 주창하는 가운데 보호무역의 상징이던 중국이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한 것.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주도의 12개국 자유무역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를 추진하려는 반면 중국은 이를 대체할 16개국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방 경제제재에 신음하던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과 트럼프의 신(新)밀월관계를 통해 반전을 모색한다.
유럽은 안팎으로 우려가 크다. 미국과의 대 러시아 제재 공조 체제가 사실상 무너졌다. 게다가 올 3월부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되는 등 내부로부터의 와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총·대선이 예정된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도 ‘반EU’를 내건 극우 정치집단이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발 국제 질서 해체에 기대를 거는 건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뿐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분주하다. 미·일 동맹 와해를 우려한 아베는 지난해 11월 주요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를 만났다. 일본처럼 미국 질서 속에 성장해 온 나라는 트럼프의 과격한 발언이 자국내 인기를 위한 레토릭에 그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신흥국은 셈법이 좀 더 복잡하다. 정치·외교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가 얽혀 있다. 달러화 강세로 자금은 미국으로 회귀할 조짐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역시 오랜 기간 침체를 겪어 온 브라질과 멕시코 등 신흥국에게 추가적 부담이다. 남중국해 등 미·중 패권이 부딪히는 동남아는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양국 간 갈등을 십분 활용해 자국 정권의 이익만 챙기는 철저한 실리 외교를 펼치기 시작했다. 중국에 눌려 온 타이완도 반중 감정을 숨기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에 편승해 자체 외교 역량 확대를 모색 중이다.
중동도 혼란스럽다. 트럼프는 ‘친 이스라엘, 반 이슬람국가(IS)’ 빼곤 복잡한 중동 정세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중동 국가는 이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내심 기대하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동 국가가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으나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막연한 희망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