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정부, '트럼프 문건' 알았던 정황, 난감
영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생활 폭로 문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매우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12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트럼프 폭로 문건을 작성한 전직 영국 해외정보국(MI6) 요원 크리스토퍼 스틸이 미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하도록 용인했다고 보도했다. 스틸은 문건을 FBI에 건내기 전 영국 정부 관료들과 만났다고 미국 내 소식통들은 전했다. 스틸이 작성한 문건에는 트럼프가 러시아의 한 호텔에서 섹스 파티를 벌인 증거를 러시아가 갖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스틸과 FBI의 접촉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러시아 양측으로부터 십자포화에 휩싸였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스틸은 신원이 공개되자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잠적한 상태다. 러시아 정부는 MI6가 트럼프 당선인과 러시아 양측 모두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흘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스틸은 여전히 영국 정보 당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러시아가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을 알고 있다는 문건의 내용은 가짜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차기 미국 정부와 영국의 정보 공유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틸은 과거 수십년간 러시아에서 영국의 첩보원으로 활동했다. 영국으로 망명한 전 러시아 연방보안부(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독살 사건을 담당하기도 했다. 스틸은 MI6에서 은퇴한 뒤 2009년부터 런던에서 기업정보 컨설팅 업체를 운영했다. 그는 미 대선기간 트럼프 반대파의 의뢰를 받아 트럼프와 러시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은 자신이 파악한 정보가 매우 민감한 내용이라고 판단해 FBI와 MI6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정부는 스틸에게 FBI와 접촉해도 좋다고 허가했다. 영국 총리실도 이 사안을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영국 총리실과 외무부는 이번 논란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안보 당국 소식통들은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스틸이 '직업적 예의상' 영국 정부에 FBI 접촉 허가를 요청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스틸은 영국 정부 허가가 떨어지자 다른 유럽국에서 FBI 요원을 만나 수집한 정보를 제보했다. 그는 작년 7~10월 사이 FBI와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조사가 빠르게 진척되지 않아 실망감을 느꼈다고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파문에 대해 '독일 나치 치하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