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주재 러시아 대사 저격범 배후 미궁
터키주재 러시아대사 살해범은 공격 현장에서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언행을 보였지만, 아직 그 배후가 확실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터키 당국과 언론은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이번 사건의 배후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저격범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22)는 19일(현재시간) 오후 앙카라의 사진전시회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대사에게 총을 쏜 후 왼손 검지를 하늘을 가리킨 자세로 "신은 위대하다"고 소지지르고, 지하드주의자(비무슬림에 대한 전쟁)의 관용구를 아랍어로 외쳤다. 이어 터키어로 "시리아·알레포를 잊지 말라"고 말했다.
19일 앙카라에서 열린 한 사진전시회에서 안드레이 카를로프
주터키 러시아대사(바닥)를 쏜 터키 남성이 소리를 지르며 말하고 있다.
이런 언행에 비춰 알튼타시가 '자바트 파테알샴(파타알샴)' 계열의 시리아반군에 연계된 인물이거나, 추종자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파테알샴은 옛 '자바트 알누스라' 즉, 알카에다 시리아지부가 올해 개명한 조직으로, 마지막까지 알레포에서 항전한 반군의 주요 세력이다. 범행 후 행각을 보면 알튼타시는 시리아에서 수니파 반군을 궁지로 몬 러시아에 보복할 의도로 러시아대사를 공격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러시아대사 사망 후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추종자들은 온라인 포럼 등에서 환영 반응을 쏟아냈다.
이번 사건이 알튼타시의 단독 범행인지, 조력자나 배후가 더 있는지도 의문이다. 시위 진압대원 경력을 가진 알튼타시는 용의주도하게 현장에 잠입했고, 행사에서 의심받지 않을 차림새로 러시아대사의 바로 뒤까지 쉽게 접근했다. 금속탐지기를 통과할 때 권총 탓에 경보음이 울렸지만, 경찰 신분증을 내고 통과했다고 휘리예트 등 터키매체가 보도했다. 멜리흐 괴크첵 앙카라시장 등 일부 터키 당국자들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인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추종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귈렌은 터키정부가 쿠데타 조종자로 지목한 인물이다.
알튼타시는 올해 10월 쿠데타 후속 수사 과정에서 직위해제됐으나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지난달 중순 복직했고, 한달 남짓만에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 터키당국은 알튼타시와 귈렌의 연계 근거로 알튼타시가 쿠데타 시도 당일과 다음날 이틀간 휴가를 낸 문서를 공개했다. 이날 구금된 알튼타시의 삼촌은 귈렌주의에 연계된 혐의로 문을 닫은 학교에 근무했다고 터키 매체들이 전했다.
알튼타시가 귈렌 추종자로서 이번 공격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면 터키정부로서는 러시아와 관계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 쿠데타 이후 공공의 적이 된 '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에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친정부 성향 일간지들은 "반역자 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이 양국 우애에 공격을 가했다"(사바흐), "귈렌으로부터 온 총탄"(스타) 등으로 보도, 저격범을 귈렌 지지자로 몰아갔다. 반면 저격범이 시리아반군과 연계된 정황이 드러난다면, 터키는 더 당혹스러운 처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는 시리아내전에서 줄곧 러시아의 반대편인 시리아반군을 지지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