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공화 양당, 트럼프 내각 국무장관 ‘틸러슨’ 지명 비판
'친(親)러시아' 석유거물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정가는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는 비판과 별개로 그가 미국의 '적국'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17년간 인연을 이어올 정도로 각별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러시아가 이번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린 상황이라서 틸러슨이 실제 국무장관에 지명될 경우 파문이 일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폭스뉴스 선데이'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틸러슨에 대해 "(국무장관에) 매우, 매우 근접해 있다"면서 "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 수준의 선수다. 러시아와도 대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고, 약 20년간 푸틴 대통령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주에 틸러슨을 국무장관 후보로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인 라인스 프리버스도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틸러슨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업가 중 한 명이자 국무장관의 자질을 갖춘 인물"이라고 가세했다.
프리버스는 틸러슨이 사업 이외에 다른 어떤 자질을 갖추고 있느냐는 질문에 "단지 사업상의 거래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는 우리의 국제관계와 국제법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또 매우 민감한 이 세상에서 협상을 어떻게 제대로 할지를 알고 있다. 그가 보유한 정부 간 관계(네트워크)도 매우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틸러슨의 친러 성향 우려 지적에 대해서도 "그런 점이 '적국 리스트'를 만들고 그것을 고수하는 것이 미국에 최상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할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세상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그저 사람들을 무시하고 형편없는 국제관계를 계속 고수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당선인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NBC 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전날부터 틸러슨이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문제는 올해 64세인 틸러슨이 대표적인 친러 인사인 데다가 푸틴 대통령과 특수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텍사스 주(州) 출신인 틸러슨은 1975년 엑손모빌에 입사해 2006년 CEO에 올랐으며 엑손모빌을 경영하면서 외국 정상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과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렉스 틸러슨(좌)과 블라디미르 푸틴(우)이 함께 있는 모습
특히 엑손모빌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등을 통해 러시아와 다양한 합작사업을 해왔고, 틸러슨 본인은 2012년 러시아 정부훈장인 '우정훈장'(Order of Friends)'까지 받았다. 러시아와의 합작사업 때문에 버락 오바마 정부가 주도한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도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민주당은 물론 트럼프 당선인의 '친정'인 공화당의 일부 틸러슨의 이런 배경과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대선 기간 러시아의 해킹 타깃이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전날 공식 성명을 통해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틸러슨을 선택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면서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미국 대선에 개입한 푸틴에게 또 다른 승리를 안겨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