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윤리가 살아있는 나라 미국
“우리는 미국 땅에 들어와 당신들과 싸우고 땅을 빼앗았으며 원주민들과 맺은 약속들을 스스로 저버렸습니다.” 미국의 퇴역군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역사적인 사죄’를 이끌어낸 것은 노스다코타주 스탠딩록 원주민보호구역에 사는 수(Sioux) 부족이었다. 보호구역 환경파괴가 불 보듯 뻔한 송유관 건설을 막겠다며 저항하고 있는 수 부족 앞에서 용서를 구한 퇴역군인들 중에는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최고사령관의 아들인 웨슬리 클라크 주니어도 있었다.
보호구역을 가로지르는 다코타액세스 송유관 건설에 맞서 싸우는 수 부족 캠페인을 기록해온 독립저널리스트 ‘스탠딩록 라이징’은 5일(현지시간) 페이스북 페이지에 원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퇴역군인들의 사진을 올리고, “베테랑들이 미군의 이름으로 원주민들에게 자행돼온 범죄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고 밝혔다. 수백명이 참석한 예식에서 클라크 주니어는 “수 부족의 언덕에 묻힌 광물자원을 약탈했고, 신성한 러시모어 산에 미국 대통령들의 얼굴을 새겨넣었다”고 역사적 범죄를 열거했다. 삶의 터전을 망가뜨렸을 뿐 아니라 언어도 말살시키려 했다고 반성했다.
전날 미 육군 공병대는 관할구역을 지나는 송유관 건설계획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다코타액세스는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아이오와, 일리노이 등 4개 주를 잇는 대형 송유관으로, 텍사스에 본사를 둔 ETP사가 약 38억달러를 들여 진행 중이다. 약 1900㎞ 길이의 송유관은 60%가량 완공됐다.
수 부족은 9개월 동안 반대시위를 했고 워싱턴, 뉴욕, 필라델피아 등 여러 도시에서 연대 집회가 열렸다. 법원은 지난 9월 원주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사 중단 가처분 결정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구간 공사가 재개됐고, 저항에 나선 원주민들은 물대포까지 맞았다. 송유관 건설을 지지해온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된 상황에서 육군 공병대가 원주민 편에 서자 퇴역군인들은 일제히 축하하러 달려왔고, 수 부족에 역사적인 사죄를 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