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사령탑에 월街 출신
뉴욕타임스(NYT) 등은 30일(현지 시각) "트럼프 당선인이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으로 월가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53)과 윌버 로스(79)를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초대 재무장관에 지명된 므누신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대선 과정에서 "골드만삭스 임원들은 노동자의 돈을 훔쳐가는 도둑"이라고 말해온 트럼프가 이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에게 정부 살림을 맡긴 것이다. 그는 3번째 골드만삭스 출신 재무장관이 된다. 므누신 내정자는 예일대 졸업 이후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17년 동안 일했다. 부친(父親) 로버트 므누신도 골드만삭스에 몸담은 주식·채권 거래 전문가였다. 동생인 앨런 므누신은 골드만삭스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골드만삭스는 이 집안의 가업(家業)"이라며 "월가의 자살 특공대를 재무장관에 앉혔다"고 비판했다. 2002년 골드만삭스를 떠난 므누신은 듄 캐피털 매니지먼트라는 투자회사를 세웠으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손을 뻗어 흥행작 '아바타'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므누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15년 지기로 대선 캠프 재무 책임자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차기 재무장관의 핵심 과제는 트럼프 공약의 핵심인 감세(減稅)와 인프라 투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윌버 로스는 기업 구조 조정 전문가다. 예일대 졸업 후 월가에 투신한 그는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을 싸게 인수해 구조 조정을 거친 뒤 되팔아 큰돈을 벌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파산의 왕' '기업 사냥꾼'이다. 금융그룹 로스차일드 회장을 지낸 그의 재산은 29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 로스 내정자는 트럼프 캠프의 경제 자문을 맡아 '취임 100일 구상' 경제정책 분야의 밑그림을 그렸다. WP는 "윌버 로스가 2000년대 초반 위기에 빠진 미국 제조업 구조 조정에 관여하면서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자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이 예상된다.
이번 인선에서는 아시아계 여성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계 일레인 차오(63)를 교통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은 요직으로 평가된다. 트럼프가 향후 10년간 1조달러(약 1173조원)를 도로·항만 등 인프라 건설에 쏟아붓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대만 타이베이가 고향인 차오 내정자는 8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거쳐 2001년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발탁돼 8년간 노동장관을 역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아내이기도 하다.
복지부 산하 공보험 관리기구인 의료서비스센터(CMS) 수장에는 인도계 이민자의 딸인 시마 베르마(46)가 지명됐다. 보건정책 컨설팅회사를 경영하는 베르마는 인디애나주 보건정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장관급인 유엔 대사에 발탁된 니키 헤일리(44)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도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USA투데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인종과 성별을 아우르는 인사로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반대론자인 톰 프라이스(62) 조지아주 하원 의원이 지명됐다. 내무장관으로는 메리 팰린 오클라호마 주지사가 거론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내 사업에서 모두 손을 떼겠다"며 "12월 15일 뉴욕에서 자녀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직무와 내 여러 사업이 이해 상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