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불가리아서 난민 소요사태
지난 3월 터키와 유럽연합(EU)의 난민 송환 협정으로 북유럽으로 향하는 길이 차단됨에 따라 발이 묶인 난민들의 불만이 가중되며 그리스와 발칸 반도 일대의 난민촌 곳곳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는 24일 난민촌에서 가스 폭발로 2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난민들의 분노가 분출하며 소요 사태가 일어났다. 25일 그리스 언론에 따르면 레스보스 섬 모리아 난민촌에서 가스 폭발로 인해 60대 이라크 여성 1명과 6살 난 손자가 사망했다. 다른 2명도 심각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사망한 여성이 요리를 하기 위해 불을 켰다가 가스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 현장에 함께 있던 다른 10여명의 난민도 연기 흡입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말했다. 사고 직후 난민촌의 열악한 상황에 분노가 폭발한 난민 일부가 난민촌에 불을 질러 난민 주거 시설 일부가 불에 탔으나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불길이 곧 잡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흥분한 난민들과 경찰이 충돌해 난민 6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모리아 난민촌의 적정 수용 인원은 3천500명이지만 현재 5천명의 난민이 머물며 불편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에도 모리아 난민촌에서는 난민 소요 사태 이후 화재가 일어나 한밤에 난민 수 천 명이 한꺼번에 탈출하며 큰 혼란이 빚어졌다. 유럽 다른 국가들의 국경 봉쇄로 난민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며 비단 레스보스 섬만이 아닌, 그리스 다른 지역의 난민촌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주에는 동부 에게 해 키오스 섬의 난민촌에 거주하는 일부 난민이 현지 주민들이 운영하는 주류 가게에 침입하는 등 소요 사태를 일으킨 뒤 경찰과 충돌했다. 이 사건 직후 키오스 섬 난민촌은 화염병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리스에는 현재 약 6만6천명의 난민이 체류하고 있다. 구호단체인 국제구호위원회(IRC) 그리스 지부는 난민들의 사망 소식에 성명을 내고 "우리는 난민을 초과 수용하고 있는 그리스 난민촌의 위험성에 대해 이미 경고한 바 있다"며 "유럽연합(EU) 내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난민 위기에 대한 유럽 지도자들의 대응력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비극적인 사건에 모든 그리스가 그러하듯 충격을 받았다"며 "그리스 정부는 향후 난민촌의 안전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