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적인 헤일리를 유엔대사에 지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3일(현지시간) '반(反)트럼프' 인사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차기 유엔주재 미국대사에 지명했다. 헤일리 주지사는 44세의 재선 주지사로 인도계 이민 가정 출신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州) 하원의원을 거쳐 2011년부터 주지사를 맡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첫 여성 주지사이자, 미국의 현직 주지사 중 최연소 주지사이다. 지난해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남부연합기 게양금지법으로 '공화당의 샛별'로 떠올랐고, 공화당 경선주자들은 그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헤일리 주지사는 중요 정책을 추진하면서 출신 배경과 정파를 떠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협상가로서의 역량도 입증했다"며 "세계무대에서 미국을 대표할 뛰어난 지도자"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헤일리 주지사는 "미국은 대내외적으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유엔주재 대사로서 봉사하도록 지명받게 돼 영광스럽다"며 제안을 수락했다. 이로써 헤일리 주지사는 트럼프 당선인의 차기 정부 각료급 인선에서 첫 여성 발탁 인사로 기록됐다.
트럼프 당선인으로서는 소수계 출신이자 '반트럼프' 인사인 헤일리 주지사 기용을 통해 차기 정부의 인종·성 다양성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공화당 통합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헤일리 주지사는 상원 인준청문회를 거쳐, 역시 여성인 서맨사 파워 현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바통을 넘겨받게 된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유엔이라는 다자 외교무대에서 미국의 글로벌 어젠다를 관철해야 하는 중책이다. 연방 정부 경험, 특히 외교 분야 경헝이 없다는 점은 그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는 지난해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해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남부연합기를 공공장소에서 게양하지 못하게 하는 입법을 통해 전국적인 스타로 급부상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을 지지했다가 그가 중도 하차하자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지지했고,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서는 "내가 원하지 않는 모든 것을 가진 후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표적인 반이민 공약인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공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 10월 공화당 표 결집을 위해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나는 트럼프 팬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17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면담한 후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 출마하기 전에는 나의 친구이자 지지자였고, 내게 친절했다"며 "대선 기간에는 내가 느낀 불편한 점에 대해 말한 것이었을 뿐이고, 오늘 만남에서 (다시) 예전부터 알던 친구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