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못말려
트럼프는 정말 못말린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스타 드웨인 웨이드(34)의 사촌이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선거에 활용했다가 호된 역풍을 맞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웨이드의 사촌 니키아 알드리지(32·여)는 전날 오후 3시 30분께 일리노이 주(州) 시카고의 캘루밋 애비뉴에서 자신의 갓난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길을 가던 중 머리와 팔에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아이는 다치지 않았다.
총격범은 신원 불상의 남성 2명으로, 경찰은 이들이 사건 당시 알드리지 옆에서 길을 걷던 한 남성을 상대로 강도질을 벌이다 총을 발사했고, 공교롭게도 빗나간 총알이 알드리지에게 날아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사건을 전해 들은 트럼프는 27일 오전 트위터에서 "드웨인 웨이드의 사촌이 시카고에서 그녀의 아이와 함께 길을 걷다가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내가 말해온 대로다. 흑인들은 이제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내가 말해온 대로다'는 언급은 민주당의 정책실패 탓에 도심 빈민가에서는 흑인들이 길을 걷다가 언제든 총을 맞고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 22일 오하이오 주 애크런 유세에서 흑인 등 소수계 유권자들을 향해 "많은 경우 흑인들과 히스패닉들이 사는 방식은 재앙이다", "내가 범죄를 없애 여러분들이 총에 맞지 않고 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 "지금 당장 길을 걷는다면 당신들은 총에 맞을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자신이 앞장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알드리지 사망 사건 언급을 놓고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조시 조던은 트위터에서 "누군가 사망한 사건을 놓고도 자신을 자화자찬하는 대통령 후보보다 더 끔찍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고, 데이비드 해리스-거손은 "트럼프는 프랑스 니스 테러 직후, 또 플로리다 주 올랜도 테러 직후, 그리고 이번 웨이드 사촌 총격 사망 사건 직후에도 똑같이 '내가 옳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줄리 로긴스카이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기 전에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시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트럼프는 이날 오후 트위터에 "니키아 알드리지를 잃은 데 대해 드웨인 웨이드와 그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명한다. 그들을 염려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글을 올렸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