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터키의 자국 핵무기 루마니아로 이전
터키 쿠데타 이후 관계가 나빠진 미국이 터키에 배치된 자국 핵무기를 루마니아로 이전하기 시작했다고 유럽연합(EU) 전문매체 ‘유랙티브닷컴’(EurActiv.com)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루마니아는 러시아가 전략적 요충지로 여기는 우크라이나와 인접해 있어 러시아 측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유랙티브닷컴은 이날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취재원 중 한 사람은 “20개 이상의 핵무기를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냉전 이후 미국의 전술핵무기 50여기가 시리아 국경에서 100㎞ 떨어져 있는 터키 인지를릭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현재 해당 공군기지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의 핵심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터키 쿠데타 진압에 나선 터키군은 인지를릭 공군기지의 전기공급을 차단하고, 미군 항공기의 이착륙도 금지했다. 해당 공군기지의 터키군 지휘관은 테러 연루 혐의로 체포됐다.
더욱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진압 이후 러시아를 방문,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결국 미국이 핵무기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생겼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또 다른 취재원도 쿠데타 진압 이후 미국이 ‘핵무기 배치국’으로 터키를 신뢰하지 않게 돼서 핵무기를 루마니아 데베셀루 공군기지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데베셀루 기지에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이번 일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서방과 러시아 간 군사적 대결이 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루마니아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조치는 지난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한 조치에 비유된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국방부 소관”이라며 언급을 피했고, 루마니아 외교부는 강력히 부인했다고 유랙티브닷컴은 전했다. 미국이 2020년부터 생산해 실전 배치할 최신형 핵폭탄 ‘B61-12’(일명 스마트 원자폭탄)가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핵무기 경쟁을 촉발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했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