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금수저 탈북 도미노 주목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으로 북한판 ‘금수저’들의 탈북 도미노가 본격화할지 주목되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동남아 등지 공관 출신 외교관들이 주로 탈북을 감행했다면, 최근에는 영국 등 유럽 공관 출신으로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자녀교육이나 경제적 이유에 따른 탈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점도 특징이다. 김정은 체제의 한계를 인식한 해외 근무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이 이어지면서 체제 균열 조짐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태 공사 탈북의 경우 북한에서 고위급 외교관으로 수십 년간 생활하며 상위층으로 명실공히 인정받았던 주요 보직 인물이 스스로 북한 체제를 부정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북한 고위급의 탈북 행렬과 관련, “당장 북한 핵심 지도부가 흔들린다고 보긴 어려워도 군부와 외교부에서 탈북 행렬이 이어진다는 건 전에 볼 수 없던 특이동향임은 분명하다”며 “특히 북한 외무성이 심리적으로 초상집 분위기일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다 보면 북한 지도층에도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번에는 태 공사와 관계된 북한 외무성 간부 등 고위급을 차례대로 숙청할 거라서 엘리트 계층의 운명공동체가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부적으로도 북한 고위급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봤다.

한편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동기에 있어서도 이전과 다른 점이 엿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가 북한 주민의 탈북 동기로 자녀교육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거의 없는데, 이번 태 공사 때는 달랐다”며 “북한의 금수저들은 자녀들이 살아가게 될 북한 체제의 미래를 내다보고 행동한다는 것”이라며 비슷한 이유의 탈북이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