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대선후보 됐지만 ‘산너머 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직후 트위터에 “역사(History)”라는 단어만 올렸다. 240년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의 첫 여성 대선 후보가 된 감동과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힐러리가 본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를 꺾고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르는 더 큰 역사를 쓰기까지는 만만찮은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민주당 내부의 단합과 결속이다. 힐러리에 대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거듭된 지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샌더스 지지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당대회 이틀째인 26일(현지시간)에도 전당대회장인 필라델피아의 웰스파고 센터 밖에서는 “힐러리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샌더스 지지자들의 항위 시위가 계속됐다. 일부 지지자들은 “샌더스가 우리를 배반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상황을 “깨지기 쉬운 데탕트(화해)”라고 묘사했다.
물론 샌더스 지지자 10명 중 9명이 본선에서 힐러리를 지지할 것이란 조사(퓨리서치)도 있다. 그러나 CNN 조사에선 민주당 예비선거 참여자 중 45%는 샌더스가 후보로 지명되길 바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힐러리와 샌더스의 정책 차이는 2008년 오바마와 클린턴 차이보다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힐러리는 ‘함께 해야 더 강하다(Stronger together)’를 대선 구호로 삼고 단결을 호소하고 있지만 샌더스 지지층이 얼마나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높아만 가는 대중의 비호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건이다. 갤럽의 16~23일 조사에서 힐러리에 대한 비호감도는 57%로 치솟아 퍼스트레이디 시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감도는 38%에 그쳤다. 힐러리는 역대 민주당 후보 가운데 가장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후보 중 하나로 본선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 트럼프가 주요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를 1~4% 포인트 앞선 것은 공화당 전당대회 효과 못지 않게 유권자들의 이런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누가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민주와 공화 모두 지역·인종·세대에 따라 지지 기반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자리와 테러로부터의 안전이란 시대정신 경쟁에서 중간지대 유권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쪽이 대권을 거머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는 '국경 장벽 건설' '무슬림 입국 금지' 등의 키워드로 선거판의 이목을 사로잡은 상태다. 그 같은 트럼프의 자극적인 캠페인을 어떻게 무력화시키느냐가 힐러리의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