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의장성명 발표, 북한 도발우려·비핵화지지·결의준수 촉구.사드 불포함
"추진내용 모두 반영, 우리에게 좋은 문안…지난해 성명보다 성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개최됐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결과물인 의장성명이 27일 발표됐다. 북핵은 물론 남중국해 문제에 이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성명채택이 며칠 더 지연될 것이라는 애초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신속히 나왔다. 성명은 우선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 지난 9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날짜까지 적시하며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아세안 측의 지지도 확인했다.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해 안보 결의의 준수를 촉구했다.
이번 회의에서 북중이 밀착을 과시하고 의장국을 북한과 가까운 라오스가 맡으면서 북핵 및 한반도 관련 조항이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적어도 북한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몽골에서 개최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의장성명에서의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한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ARF에서 북측의 공세를 막아내고 나름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ARF 외교장관회의는 아세안 10개국을 비롯해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인 남북,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총 27개국으로 구성돼 아세안 관련 회의 가운데 가장 비중 있는 회의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 의장성명과 비교해서도 더 좋은 문안을 끌어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의 도발 시기 명시와 함께 이런 행동이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지적한 점, 현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려 표명,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아세안 차원의 지지 등이 작년과 비교해 올해 새로 추가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지난해 성명에는 양비론적 해석을 낳을 수 있는 '긴장을 완화하고 그 어떠한 비생산적 행동도 자제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올해는 양비론적 내용이 삭제됐다면서 "우리가 추진했던 모든 사항이 모두 반영된 매우 좋은 문안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이 주장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사드 관련 내용이 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등 일부 국가가 집요하게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문구를 포함하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관련 양자접촉, 문안교섭을 통해서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함께 언급한 '일부 국가'는 중국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성명에서 사드가 반영되면 한국 외교의 실패라고 지적해왔었다. 이 당국자는 성명에 사드 반영 저지를 위해 "한국과 미국이 한 대표단처럼 같이 입장을 개진했고, 여타 우방도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윤병세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사드와 관련, 한중관계 신뢰 훼손을 거론해 싸늘한 분위기가 조성됐었지만 중국 역시 최소한 북핵 문안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 방법으로 공조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성명은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라오스에 체류 중인 가운데 나왔다. 리 외무상은 사드 문제로 심기가 불편해진 왕 부장과 이례적으로 친밀을 과시하는 한편,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의 원인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돌리고 제재의 부당성을 주장했지만 결국 이렇다 할 지지를 얻지 못한 셈이 됐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