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베네수엘라 좌파 ‘마두로 대통령’
1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좌파성향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집회에 나와 정권에 반대하는 우파 진영에 대해 “부르주아가 마비시킨 생산성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국가 경제를 파괴하려 생산을 중단하는 이는 나라를 떠나라.” 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베네수엘라 최대 식음료회사 폴라르그룹 소유주 로렌조 멘도사를 가리킨 것이다. 멘도사는 재산이 50억달러에 이르는 베네수엘라 최대 재벌로 2016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0대 갑부 명단에 들기도 했다.
멘도사는 마두로 정권이 생필품 가격 인상을 막으려고 가격통제에 나서자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폴라르그룹의 맥주회사는 베네수엘라 맥주 소비량의 80%를 공급하고 있는데, 멘도사는 지난달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맥아 보리를 수입할 수 없게 됐다”며 맥주 생산을 중단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가에 대한 사보타주”라면서 “수갑을 채워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마두로의 이번 발언을 단순히 정권의 말을 듣지 않는 기업에 대한 응징으로만 보기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유가폭락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 가뭄으로 인한 전력난과 물 부족, 생필품 부족이 빚은 약탈과 폭동이 겹치고 겹쳐 마두로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인 13일 마두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극우 파시스트들의 요청을 받아 불안을 촉발시키고 있다”며 3개월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군사훈련 명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마두로 지지율은 15%로 떨어졌다. 중도우파 야당 민주연합회의(MUD)는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뒤 마두로를 올 상반기 내 끌어내리겠다고 공언했다. 대통령 임기를 줄이는 개헌안을 추진했으나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고, 지금은 대통령 국민소환 서명운동에 한창이다. 지난 2일엔 국민소환 투표절차를 개시하기 위한 최소 서명(유권자 1%·약 20만명)보다 9배 많은 185만명의 서명을 받아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야권은 올해 말까지 국민소환 투표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남미 좌파 블록 지도자들에게 닥친 악재도 마두로의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오랜 기간 베네수엘라 사회당의 강력한 동맹이었던 브라질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절차 개시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남미에서 마두로의 고립이 더 깊어졌다”고 전했다. 마두로가 쿠데타로 축출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13일 워싱턴포스트 등은 미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베네수엘라 경제위기가 정권 전복이나 대규모 폭력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