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BBC 취재진 감금했다가 추방
북한당국이 평양을 방문한 영국 BBC 방송의 루퍼트 윙필드-헤이스(49) 기자를 비롯한 취재진 3명을 구금했다가 추방했다. 영국 BBC는 ‘윙필드-헤이스’ 기자가 지난 6일 공항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 항공기 탑승을 저지당한 뒤 8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평양에 있는 영국 BBC의 다른 기자 존 서드워스는 "그는 공항에 도착했을 때 탑승을 저지당하고 나서 호텔로 돌려보내져 그곳에서 보안 당국의 조사를 받고 진술서에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서드워스 기자는 이어 "그러고 나서 그가 풀려나 결국 우리와 함께 호텔에서 지낼 수 있도록 허용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관리 오룡일은 이날 외신 기자들을 만나 "윙필드-헤이스는 해명할 수 없는 이유로 평양비행장 봉사일꾼들에게 매우 위협적인 태도를 취했으며, 우리 공화국의 법질서를 위반하고 문화풍습을 비난하는 등 언론인으로서의 직분에 맞지 않게 우리나라 현실을 왜곡 날조하여 모략으로 일관된 보도를 했다"고 추방 이유를 밝혔다. 또 "윙필드-헤이스는 공화국을 모독하는 행위를 한 데 대해 우리 정부와 인민들에게 공식 사죄하는 사죄문을 썼다"며 "BBC는 조선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데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윙필드-헤이스 기자를 비롯한 영국 BBC 취재진은 지난달 29일 국제평화재단(IPF)의 자문이사회 위원장인 리히텐슈타인 공국 알프레드 왕자와 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학술교류를 위해 방북했을 때 동행했다. 알프레드 왕자와 수상자들은 2일부터 김일성대 등에서 강연했으며 방북 일정을 마치고 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국 BBC 취재진의 구금 및 추방 소식은 6일 개막한 북한 7차 노동당 대회 취재를 위해 평양을 방문 중인 윌 리플리 CNN 기자에 의해 먼저 전해졌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북한이 김정은과 관련한 불경스러운(disrespectful)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윙필드-헤이스 기자를 구금하고 추방했다"고 전했다. BBC는 당 대회 취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해 평양에 남아 있는 자사 스티븐 에번스 기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지도부가 평양의 삶을 조명한 그들(BBC 취재진) 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BBC 기자 서드워스는 "루퍼트(윙필드-헤이스)의 보도 내용에 대한 의견 불일치와 우려가 있었다"며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평양의 어린이병원을 방문했을 때 이 병원의 모습이 실제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도 그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윙필드-헤이스 기자는 지난달 30일 노벨상 수상자들의 방북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이 숨지고 나서 그의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 아들(corpulent and unpredictable son) 김정은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고 썼다.
그는 이달 4일 김일성대학 내부를 취재했으며 김일성 동상을 촬영하는 도중 북측 관계자로부터 제지를 당하는 모습을 포함한 영상을 BB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당 대회를 열면서 전 세계 각국 기자 100명 이상을 초청했으나 대회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등 취재와 보도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현지의 기자들은 보도뿐 아니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취재진이 처한 상황을 전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